부산지검 특수부장 지낸 검찰 간부 김상진씨와 골프 뒤 사건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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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42.사진)씨가 현직 부장검사와 골프를 함께 치고 사건 관련 문의를 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김씨는 부산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K부장검사와 올해 4~5월 부산 지역의 골프장에서 두 차례 골프를 치고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공갈을 당한 사건에 대해 물었다는 것이다. 골프장 중 한 곳은 김씨가 6억5000만원을 주고 회원권을 산 경남의 A골프장이다.

현재 경기도의 한 지청에서 근무하는 K부장검사는 "김씨와 골프를 친 사실은 있지만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이나 비호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K부장검사에게 문의한 사건은 6월 김씨의 부하 직원이었던 J씨 등 2명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20억원을 뜯어낸 뒤 10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사건이다.

김씨는 부산지검에 진정했고, 사건은 부산지검 특수부에 배당된 뒤 J씨는 구속됐다. 그러나 이후 J씨 측이 김씨의 비리에 대해 맞진정을 내면서 김씨도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다음은 K부장검사와의 일문일답.

-골프는 왜 치게 됐나.

"4월쯤 경남에서 사업을 하는 선배가 '자리가 비었다'며 불러서 갔더니 김씨가 있었다. 그때 김씨를 알았다. 이후 한 번 더 모이자고 해 한 차례 더 골프를 쳤다. 김씨는 얄미울 정도로 골프를 잘 쳤다."

-공갈 사건은 어떻게 듣게 됐나.

"골프 회동 이후 김씨가 전화를 걸어와 '공갈을 당하고 있다'며 문의를 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신고하라'고만 말해줬다. 절대로 검찰에 사건을 묻거나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 사건이 이번 의혹과 관련된 것을 알았다. 내가 청탁을 했다면 김씨가 구속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김씨는 J씨가 구속된 이후인 7월 16일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함께 골프 친 사람은 누구인가. 골프 비용은 누가 냈나.

"동반자 한 명은 생각이 안 난다. 누구를 비호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캐디 피는 내가 냈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김씨가 사건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나. 주변에 검찰과 가깝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특수부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는 말을 많이 떠벌리고 다니는 것으로 안다."(※김씨의 측근은 최근 본지 기자에게 "김씨가 검찰과의 친분을 자랑했고, 전화 통화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로비가 검찰에도 뻗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있다.

"사람 한 명 잘못 만나서 내가 그런 의심을 받는다니 안타깝다. 하지만 내가 골프 회동을 부인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검사로서 떳떳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또 다른 검찰 간부와도 친분이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 자신의 인척도 검찰 간부라고 말하기는 했다. 그러나 확인해 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씨가 자신의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공갈 사건을 검찰에 진정한 것을 두고 '검찰에 믿는 게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K부장검사가 현재 김씨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장 출신인 만큼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과 부산지검은 김씨가 현직 검찰 간부들과의 친분이나 인척 관계를 빌미로 부적절한 청탁을 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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