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이젠 법대로 시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 비유를 찾는다면「법대로」총리가 대통령의「맘대로」에 의해 밀려났다.아직도 우리나라는「法과 秩序」의 캐치프레이즈가 현실정치의 규범으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나라를 일러 政治 後進國이라고 부른다.국민소 득 몇달러를자랑하고,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다고 큰소리 쳐봤자法治主義가 정치의 기본倫理로 자리잡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의 간판을 털어버릴 수 없다.한 사람의 恣意가 전체 국민의 의사가 결집된 法을 압도하는한 大韓民國은 後進國이 된다.
후진국 사람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거창한 명분에 도취되어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능력을 잃는 것이다.현실을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거부하기에 장래에 대한 계획 또한 세울 수 없다.투명 유리창 너머처럼 빤히 내다보이던 농산물 시장 개방을「決死反對」했기에 代案을 마련하지 않았다.그렇게 죽을 각오로 저항한 外敵이 침입했는데도 실제로 죽은 사람도,죽겠다고 나서는사람은 아무도 없다.애꿎은 장관의 갓끈만 잘랐을 뿐「決死」란 어휘는 당초부터 허망한 修辭에 불과 했다.
후진국 사람들이 즐겨쓰는 단어가「外勢의 壓力」이다.이 말 또한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기 거부하는 虛辭다.시장개방 요구를 마치 총과 대포를 앞세워 開國을 강요하던 舊韓末 洋夷의 부당한 침범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그러나 이러한 「압 력론」은 오늘날의 국제질서의 기본 원리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생긴 것이다.부당한 압력이라면 一言之下에 거부하면 그만 아닌가.그렇지한마디로 일축해버릴 수 없는 것이 이른바「압력」 이다.「압력」의 정체를 바로 살펴보면 국제사회에서의 정당한 法的 主張이다.
우리의 남다른 애국심과 국민정서에야 맞지 않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법에 근거를 둔 정당한 주장인 것이다.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법대로」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결사반대론은 국제사회에서 비치기는「맘대로」의 어거지일지 모른다.냉정한 法治主義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결코 통할 리 없는 방어 논리다.
전쟁의 시대,武力의 시대가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앉고 平和의 시대,法의 시대가 국제사회라는 무대에서 전개되고 있다.총칼 대신 법적 논리와 주장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다.이러한 시대에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법률가와 법률가적 思考 를 배양해야만 한다.
조약.협약.협정.각종 이름의 국가간 약속에 동참한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자유 의사에 기인한 것이다.협정에 가입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이를 거부할 논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자신의 공산품을 五大洋 六大洲에 수출하는 나라가 남의 나 라 농산품 수입을 금하겠다는 논리는 무엇인가.
법률가의 숫자가 많은 나라,법적 논리와 주장이 개발된 나라가국제사회를 주도하게 마련이다.크고 작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법률가의 힘,논리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理性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때 지난 感性시대 의 어거지가 아니라 합리성의 표상인 법논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방시대에 살고 있다.우리의 강토와 국민생활을 위협하는 것은 대포.미사일이 아니라 법률가 군단이다.85만명의 변호사를 앞세운 美國을 위시한 경제대국이 이 땅을 겨냥하고 있다.
한반도에 백만의 법률가 대군이 몰려들고 있다.그런 데 우리의 방어군은 3천여명에 불과하다.그것도 천지 넓은 줄 모르고 저 잘났다고 외쳐대는 烏合之卒이 태반이다.이 병력으로 어떻게 나라를 지킬 것인가.
***법률가적 思考배양을 또한 우리는 국토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이북에는 법률가가 한 사람도 없다.그 땅은 法治의 땅이 아니라 人治,그 중에서도 가장 惡性 人治의 땅이다.그러기에북녘 동포에 대한 법률 서비스도 우리의 책임이다.그런데 우리는꿈엔들 이 문제에 대해 苦心하며 대책을 고려하고 있기나 한가.
패트리어트 못지 않게 良質의 법률가가 소중하다.새 시대를 주도할 법률가의 대량 양성이 시급한 국민적 과제다.이제는「법대로」의 시대다.
〈서울大교수.法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