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서 활약 중인 권해선씨 "나, 나비부인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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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0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상연된 '나비부인'에서 초초상 역을 맡은 소프라노 권해선(헬렌 권.43.사진)을 공연 후 극장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권씨는 18년째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의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이다.

"13년 전부터 줄기차게 초초상(나비부인) 역을 제의받았어요. 아무래도 동양인이 어울리는 역이잖아요. 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워봐야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 지금껏 미뤘어요. 너무 일찍 시작하면 목소리가 망가지는 측면도 있죠."

권씨는 독일인 첼리스트와 결혼, 아들 율리언(4)을 낳았다. 아들의 한국식 이름은 자신의 성을 따서 권재근으로 지었다. 딸을 하나 더 낳고 싶다던 그는 최근 유산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초초상 역에서도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권씨는 이번 시즌에 아디나(사랑의 묘약), 콘스탄체(후궁 탈출), 질다(리골레토), 밤의 여왕(마술피리), 돈나 안나(돈조반니),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역을 맡으면서 함부르크의 간판 스타로 자리를 확실히 다졌다. 달라진 점이라면 '코지 판 투테'에서 전형적인 콜로라투라인 데스피나 대신 피오르딜리지로 배역이 바뀌었다는 것. 내년 시즌엔 바그너의 '방랑하는 화란인'에 도전한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도 이번 시즌이 첫 도전이다. 아직 콜로라투라의 기교에다 넓은 음역, 명확한 음색까지 구사해 '나비같이 가벼운 나비부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93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관기념작인 홍연택의 '시집가는 날'에 출연한 바 있는 권씨는 공연 일정이 5년후 까지 꽉 짜여 있긴 하지만 조만간 국내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함부르크=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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