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고객 주머니를 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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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30면

1. 요키노 슈야가 리소나 은행 도쿄 미드타운 지점을 위해 편곡한 앨범. 2. 윈튼 마살리스가 이끄는 JLCO가 뉴욕 ‘브룩스 브러더스’ 매장을 위해 녹음한 앨범.

입구에 들어서면 은행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미술 전시장이나 고급 카페에 온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고객이 편안하게 앉아서 직원과 상담할 수 있는 소파에서는 편안하게 책도 읽고 음료수도 마실 수 있다. 문은 없지만 개인 전용 사무실 같다.

어디선가 편안하고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주말마다 시부야의 한 클럽에서 DJ로 활동 중인 오키노 슈야(中野修也ㆍ‘교토 재즈 매시브’의 리더)가 이 은행의 도쿄 미드타운 지점을 위해 특별히 편곡하고 리믹싱한 앨범이다.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음반 가게에서 추천 음반 1위를 달리고 있다. 음반의 제목은 ‘RESONA Tokyo Midtown: Music for Design Bank’(Rambling Records, RBCS 2330). 음악을 굳이 구분하자면 ‘재즈 크로스오버’ ‘뉴 재즈’ ‘라운지 음악’ ‘앰비언트 솔(ambient soul)’ 정도가 될 것 같다. 인터넷(http://es.juno.co.uk/products/272591-01.htm&highlight=Rambling+Japan)에서 앨범 수록곡을 맛보기로 들어볼 수 있다.

오키노 슈야는 2006년 도쿄 메구로(黑目) 클라스카(Claska) 호텔 로비에 틀어줄 CD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에서 틀어줄 매장음악을 맡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럭셔리한 생활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운지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은행은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장소여서 보컬을 중심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인테리어가 근사한 장소라도 음악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만다고도 했다.

3. 리소나 은행 도쿄 미드타운 지점의 내부 인테리어.

리소나은행 도쿄 미드타운 지점에서 만난 야마나카 리카(山中里佳)는 “미드타운 지점의 모든 직원은 항공사 스튜어디스 출신”이라며 “인터넷 뱅킹이 발달할수록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고객에게 자기 집 거실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처음부터 다른 지점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 디자인과 매장음악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음악과 인테리어 디자인 덕분에 ‘리소나 도쿄 미드타운’은 다른 지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해 냈다. 고객이 부담 없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을 만들었다. 매장음악(In-store music)은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주며,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상품과 스태프, 매장에 대한 고객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대기 시간을 심리적으로 단축시켜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매장음악과 마케팅, 예술단체의 후원을 결합시킨 예도 있다.
뉴욕 매디슨 애브뉴에 본점을 두고 있는 남성복 매장 ‘브룩스 브러더스’다. 현존하는 미국 최고(最古)의 남성용 기성복 회사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단골집이며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턱시도를 사 입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투 버튼 정장,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캐주얼 양복을 사 입은 곳으로 유명하다.
‘브룩스 브러더스’는 2001년부터 트럼페터 윈튼 마살리스가 이끄는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JLCO)의 공식 의상 협찬사다. 17명의 단원에게 연주복을 제공해 오고 있다. JLCO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170개)과 일본ㆍ홍콩ㆍ대만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지에 있는 70개 전 매장에서 JLCO의 재즈 음악을 하루 종일 틀어준다. 이 음악은 JLCO가 ‘브룩스 브러더스’ 매장을 위해 특별히 녹음한 것으로 ‘브룩스 브러더스’ 전 매장과 홈페이지(brooksbrothers.com)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듀크 엘링턴’(2004년), ‘캐스트 오브 캐츠’(2005년) 등 2장의 음반이다.

재즈는 정통 클래식 못지않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도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자아낸다. ‘브룩스 브러더스’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재즈 음악이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데 한몫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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