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태세 강화는 기본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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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핵문제로 조성된 최근 정세와 관련해 조율 필요성이 제기되어오던 한미간의 군사협력체제가 가닥을 잡았다. 북한 핵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유보된 팀스피리트훈련을 11월에 실시하고,유사시에 대비해 한미연합전력을 강화하기로 두나라 국방장관이 합의했다. 또 현 시점에서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만한 특별한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동안 감돌았던 불안요소는 일단 가시게 된 셈이다.
팀스피리트훈련은 원래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다만 그것이 북한 핵문제협상의 카드화로 유보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한미 군사협력체제에 혼선을 빚은 감이 적지 않다. 그동안 훈련재개 시기라든가,규모·준비상황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나돈데 따른 불안감이 이번 두나라 국방장관의 합의로 상당히 완화됐다.
더구나 팀스피리트훈련 일정을 못박은 것은 북한에 대해 전보다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종래의 훈련 유보라는 소극적이고도 약간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이 더이상 시간을 끌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이 연합전력을 운용하고 공동으로 군사작전을 하는한 당연히 훈련을 통해 군사적 효율성과 억지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한미 연합전력은 유사시에 제기능을 해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 그런 것이 바로 북한이 노리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팀스피리트훈련과는 별개로 안보동맹이 확고함을 재확인하고 대북전쟁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억지력 강화가 탈냉전시대에 우리만 유독 군비경쟁을 촉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북한 정세는 아직도 그러한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력 강화나 국군의 전력강화는 불가피하다. 그런 면에서 미군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고 유사시에 대비해 병참과 군수체제를 준비해놓기로 한 것 등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적절한 일이다. 아울러 한국군의 방위능력을 높이도록 노력하기로 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신형무기의 구입 등 방위능력 강화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우리의 여건과 능력에 맞도록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율곡사업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방위력 증강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만약 새로운 상황이 빚어졌다면 그에 맞도록 계획을 수정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긴장감이나 단기적인 상황판단,또는 미국 군수산업측의 요구에 밀려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아울러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혼선을 빚지 않도록 정부의 국방정책이 일관되고도 확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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