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손잡은 소니, 일본 'LCD개발팀'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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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일본 정부와 일본 내 민간기업 27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차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개발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것으로 26일 밝혀졌다.

소니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주도하고 샤프.히타치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서 탈퇴한다는 뜻을 이미 지난해 11월 초 경제산업성에 전했다"며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차세대 LCD 패널 개발을 제휴함으로써 컨소시엄의 취지와 맞지 않게 됐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 컨소시엄에서 빠져야 한다는 것을 각오한 상태에서 제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컨소시엄의 중심 역할을 해오던 소니가 일본 내 컨소시엄을 포기하는 대신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니는 내년부터 한국에서 차세대 LCD의 합작생산을 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소니가 한국 기업과 같은 분야에서 제휴할 경우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프로젝트에서 빠질 것을 소니 측에 요청했고 소니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NHK도 "일본 정부는 한국.대만 등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이 컨소시엄을 만들었는데 소니가 한국의 경쟁기업과 제휴함으로써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불신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LCD 패널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2년 초 구성된 이 컨소시엄에는 도호쿠(東北)대 등 학계와 일본 유수의 액정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경제산업성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1백53억엔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일본 LCD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현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메모리 부문에서 압도적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주력상품인 TV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든 힘을 쏟을 방침"이라며 "이번 소니의 컨소시엄 탈퇴는 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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