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권 갖게 된 WTO/출발부터 무역소송 파묻힐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UR협정 포괄적·모호한면 많아/미 벌써 통상전문 변호사 찾기 혈안
15일 1백25개 회원국들이 서명을 마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내년 새로 출범하게 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분쟁 조정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출발직후부터 국제 무역소송에 파묻힐 전망이다. WTO는 보다 강력한 국제무역기구의 창설을 명시한 UR협정에 의거해 산하에 무역분쟁처리법원을 설치,지금까지 국제무역관계를 관장해온 관세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갖지 못한 국가간 무역분쟁에 대한 판결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상대국의 무역관행에 대해 이의가 있는 국가는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던 쌍무적 해결방식 대신 문제를 WTO에 정식 제기하도록 돼있다. 특히 UR협정의 규정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한데다 UR협정의 발효로 국제통상법의 범위가 특허로부터 농산물 보조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대됨에 따라 분쟁의 소지가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예견되면서 가장 각방받는 집단은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들이다. 미국의 경우 많은 대기업들은 GATT와 WTO를 잘 이해하는 동시에 국제통상법에도 정통한 변호사들을 찾기 위해 벌써부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필립 모리스사의 돈 넬슨 국제무역담당 국장은 『모든 기업들이 국제통상 전문가들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GATT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이미 지난해말 UR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합의문 초안을 구해갔다고 밝혔다. 더욱이 그는 15일 UR 서명후 공표된 합의문 최종안을 구하기 위해 벌써부터 변호사들로부터의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TO에 소송이 쏟아지는 상황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이는 어느 정도 GATT 관계자들의 의도라는 것이 한 GATT 고위관리의 설명이다. 무역분규가 발생했을 때 당사국들이 쌍무적인 무역보복조치를 남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보다는 WTO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WTO 출범에 따라 국제무역소송이 밀려들 경우 이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가 대외경제정책연구위원(KIEP)의 손찬현박사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국제통상 문제에 노출된 것은 80년대 중반이후로 대외통상경협이 일천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통상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상공자원부의 김종갑 통상정책과장은 『공무원 가운데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WTO가 출범한다고 종전보다 국제무역소송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쏟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이석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