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5국>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도전기>
무서운 변화다. 흑2의 빵때림이 크다고 하지만 만약 귀의 흑 두 점이 잡힌다면 백은 곤마도 해결하고 알토란 같은 실리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김지석 4단은 약간 흥분한 어조로 "귀의 두 점은 살리기 힘들어 보입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좋은가 묻자 "백이 좋아요. 크게 좋을 것 같아요." 한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변화를 피해 46(백△의 곳)으로 그냥 따 내고 만다. 젊은 기사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감돈다. 결행했더라면 바둑이 끝장일 수도 있는데 왜 참은 것일까. "뭐, 실전도 좋으니까요. 이 정도로 좋은데 과격한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본 거겠죠."
'참고도'가 백이 좋다고 하지만 흑2의 빵때림은 두고두고 중앙에서 힘을 낼 것이고 두고두고 백을 피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실전은 우변의 흑 모양이 커졌다지만 A의 뒷문이 그야말로 달콤하다. 이것으로 좋지 않은가.
이창호 9단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46~56까지 중앙을 타개한 뒤 60으로 말뚝을 쳤다. 이창호란 사람은 참으로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