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무서운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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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5국>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제3보(41~60)=41 끊으면 42, 44로 돌려친다. 타개의 전매특허라 할 수순. 한데 윤준상 6단이 45로 단수했을 때-이 수 역시 이 장면에선 상용의 수법이라 할 수 있는데-갑자기 판 위에 번쩍하는 스파크가 일어났다. 처음엔 사람들은 '단수인데 뭘 생각하나' 싶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참고도' 백1로 되모는 수단이 있었다. 백1을 몰면 흑2는 필연이다. 이때 백3으로 쑥 기어나가면 어떻게 되나.

무서운 변화다. 흑2의 빵때림이 크다고 하지만 만약 귀의 흑 두 점이 잡힌다면 백은 곤마도 해결하고 알토란 같은 실리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김지석 4단은 약간 흥분한 어조로 "귀의 두 점은 살리기 힘들어 보입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좋은가 묻자 "백이 좋아요. 크게 좋을 것 같아요." 한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변화를 피해 46(백△의 곳)으로 그냥 따 내고 만다. 젊은 기사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감돈다. 결행했더라면 바둑이 끝장일 수도 있는데 왜 참은 것일까. "뭐, 실전도 좋으니까요. 이 정도로 좋은데 과격한 변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본 거겠죠."

'참고도'가 백이 좋다고 하지만 흑2의 빵때림은 두고두고 중앙에서 힘을 낼 것이고 두고두고 백을 피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실전은 우변의 흑 모양이 커졌다지만 A의 뒷문이 그야말로 달콤하다. 이것으로 좋지 않은가.

이창호 9단은 아무 일도 없었던 양 46~56까지 중앙을 타개한 뒤 60으로 말뚝을 쳤다. 이창호란 사람은 참으로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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