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놀자] 펀드로 상속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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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주식 펀드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1∼2년 동안은 손해를 볼 수 있어도 5년 이상 투자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 ‘제로’, 10년 이상 투자하면 최소 은행이자율 이상, 20년 이상 투자하면 적정 자본시장 수익률 정도는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정 자본시장 수익률은 신흥공업국 주식펀드의 경우 연평균 8∼12%, 선진국 주식의 경우 연 6∼8%를 의미합니다. 최근처럼 국내외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일수록 장기 투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합니다.

 문제는 기간입니다. 본인이 소비할 목적으로 20년 이상을 투자 기간으로 잡을 느긋한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20년 투자” 운운한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요. 그러나 투자 목적을 세분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를 행한다면 완전히 허무맹랑한 주장도 아닙니다.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를 위한 생애 재무설계를 할 때 흔히 결혼자금, 내 집 장만, 자녀교육비 마련용 적립금액을 가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일 여기에 상속용을 추가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면세점인 연 300만원 이내에서 불입해 나간다면 상속세 회피는 물론 경제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수를 누린다면 상속세가 문제될 시점까지는 30∼40년이 소요될 것입니다. 연 복리 7%로 매월 25만원씩 주식펀드에 투자한다면 30년간 투자 원금은 9000만원, 원리금은 3억원 남짓 될 것입니다. 이를 40년으로 연장하면 원금 1억2000만원에 원리금은 6억원 남짓 됩니다. 투자 수익률을 연 7%에서 10%로 올려 봤습니다. 이 경우 원리금은 30년 5억4000만원, 40년 14억1000만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사실 상속이 이뤄질 30∼4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외환위기 같은 경제 위기로 실직을 당해 적립을 계속할 수 없거나 펀드를 깨 생활비로 충당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고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목표 기간까지 성공적으로 계속 적립한다면 자녀에게 금전적 이득뿐 아니라 살아 있는 경제교육까지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실천에 옮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연 10%를 목표로 특정 신흥공업국 주식펀드에만 투자한다면 장기적인 기대수익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특정국 펀드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대수익률이 점차 낮아지기 때문에 그보다는 펀드 내에서 국가별로 분산 투자하는 신흥공업국 주식펀드가 바람직합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www.funddoc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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