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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담배 끊고 스트레스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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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싱가포르 컨벤션센터. 제14차 아시아.태평양심장학회가 열린 이곳에서 세인의 관심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각국의 심장전문의들이 모여 향후 2년에 걸쳐 REACH조사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보고한 것.

세계 35개국에서 죽상(粥狀)혈전증 위험이 있는 5만명을 추적하는 대대적인 조사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기업인 사노피 신데라보가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는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오동주(심장내과)교수가 대표 연구자로 조사 인원은 15개 병원에서 선정한 5백명이다.

죽상혈전이란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에서 떨어져 나온 노폐물 덩어리다. 이 찌꺼기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막고 이로 인해 뇌졸중.심장질환.말초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죽상혈전증 발병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2천6백만건에 이르고, 4백50만명이 죽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동의 사망원인 1위 질환이다.

◆ 왜 발생하나=죽상이란 죽과 같은 이물질이란 뜻. 지방이나 섬유성 물질.미네랄 등이 결합된 죽상 침전물(프라크)이 혈관을 막기 시작하면 혈액의 흐름이 나빠진다. 마치 길 가운데 고장난 차가 서 있으면 교통체증에 걸리는 것과 같다. 문제는 프라크가 갑자기 파열하면서 혈소판과 엉겨 혈전(피떡)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혈전은 몸속 혈관을 떠돌며 시한폭탄처럼 생명을 노린다.

대만 가오슝의대 심장내과 웬테르 라이 교수는 "아시아인의 식생활이 고지방식으로 바뀌고, 흡연인구 증가, 도시인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지면서 죽상혈전증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의 환자가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내면 혈압이 급상승하면서 혈관이 찢어지고, 찢어진 부위에서 혈액이 유출되면서 혈전이 생긴다는 것.

◆ 어떤 질환을 유발하나=가장 흔한 질환이 심근경색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혈전이 막아 해당 부위가 썩는 질환이다. 피가 통하지 않으면서 가슴에 돌을 얹어놓은 듯한 답답한 느낌과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호소한다. 미국심장학회는 미국에서만 2000년 1백1만건의 심근경색이 발생해 51만5천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뇌졸중도 발병 원인은 같다.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허혈성 뇌졸중은 뇌졸중의 85%를 차지하는 흔한 유형.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뇌졸중으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어지럼증, 두통, 손발의 저림과 말투가 어눌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 국립신경과학연구소 크리스토퍼 첸 박사는 "뇌졸중 발생 뒤 늦어도 6~8시간 이내에 응급조치를 받으면 뇌손상에 의한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전과 관련해 놓치기 쉬운 질환이 말초동맥질환이다. 그러나 유럽 및 북아메리카에선 2천7백만명(55세 이상 인구의 16%)이 이 병에 걸려있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흔하다.말초동맥질환은 팔.다리 혈관을 혈전이 막는 것. 운동 중 반복적으로 사지에 통증이 나타나지만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 예방을 위해선=죽상혈전증이 의료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발병 나이가 젊어지고 있기 때문. 다름 아닌 생활습관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운동부족.비만.흡연.고혈압.당뇨 등이 모두 위험인자들이다. 오동주 교수는 "죽상혈전증의 고위험 요인들은 대부분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대대적인 국민 계몽을 통해 예방.조기발견.조기치료를 통한 재활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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