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도 속고 국민도 속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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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만복 국정원장이 공을 과시하며 과다 노출한 데 대해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2005년 프랑스 여기자 피랍사건 때 프랑스 정보기관 책임자의 예를 들어 비호했다. 협상을 지휘하고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기자와 함께 특별기로 귀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정보기관 책임자는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본지 9월 4일자 3면>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캐나다 멀로니 총리의 보수당이 연방부가세 도입으로 2석만 남기고 몰락했다며 정치적 결단의 사례로 자주 인용했다. 하지만 멀로니의 몰락에는 퀘벡지역 분리독립 투표 실패, 부가세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늘어난 재정적자 등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재정 흑자로 돌아선 것도 부가세 세수보다 경기 회복 덕분이고, 멀로니의 부가세는 역사상 최악의 장기불황의 원인이라는 게 캐나다 경제학자들의 평가다. <본지 2006년 6월 5일자 3면>

노 대통령은 또 “서울대에 다니는 것 자체가 기회인 사회에서 강남 학생이 서울대생의 60%나 되는 것은 문제”라고 했지만 강남3구를 다 합쳐도 1994년 14.5%에서 2006년 11.7%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왜 이렇게 거짓말을 시키는 것일까.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정보만 듣고 나머지는 흘려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듣기 좋은 정보만 제공하는 아첨꾼들이 장막을 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잘못된 정보가 보고되고 있다면 그런 인의 장막은 지금이라도 걷어내야 한다. 만약 알고도 이를 조작하는 것이라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정부가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최소한 정직성만은 지켜야 국민이 신뢰한다. 늑대소년 말은 누구도 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