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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바둑산책>후지쓰盃 세계선수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李昌鎬6단은 지난해「후지쓰盃세계선수권전」에 불참했었다.趙治勳9단과의「동양증권배」결승 5번승부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한국神童」李昌鎬의 인기는 가위 세계적이다.그런 사람이 불참하면 기전 자체의 흥미가 줄어들 것은 당연지사다.주최측은 진위여부를 확인하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 일이 있은후 李6단은 스승 曺薰鉉9단에게 大王타이틀 하나를 0대3으로 헌납(?)하더니 스승이 보유중이던 나머지 타이틀을 빼앗았다.이름과는 달리 16개 국내기전중 가장 규모가 작은 것이「大王」이고 보면 捨小取大도 이만저만이 아 니다.왕년에세번씩이나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바둑황제」曺9단은 이제 대륙을 잃고 조그만 섬으로 쫓겨난 어느나라 정부처럼 서글픈 처지로 전락한 것.
李6단은 그 여세를 휘몰아 후지쓰盃에 出師表를 던졌다.한국기원 주변은 물론 1천만 바둑팬들은 李6단이 이번에야말로 해외원정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개선하기를 바랐으나 결과는 여전히 참담했다.
1회전(24강전)에서 70세의 노장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9단을 꺾어 출발이 순조로운듯 싶었으나 16강전에서 킬러에게 저격당하고 말았다.李6단을 격침시킨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의 닉네임이 다름아닌「킬러」다.가토는 80년대 중 반 4관왕으로 일본바둑계를 호령했던「큰 바둑」이다.
초반의 난조로 두터움을 허용,고전을 면치 못하다 중반의 고비에서 회심의 역습으로 만회했었다.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방향착오로 자멸한 내용이다.국내에서는 그토록 강한 李6단이 어째서 일본에만 가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우리의 연구과제가 아닐수 없다.
이번「후지쓰盃戰」에 한국은 전년도 챔피언 劉昌赫6단과 준우승자 曺薰鉉9단을 비롯,徐奉洙9단.李昌鎬6단.梁宰豪8단.崔珪昞 6단등 6명이 출전했다.劉.曺는 시드이며,나머지 4명은 한국에할당된 참가인원이다.선발기준은 전년도 공식대국 수입액 순위.
梁8단과 崔6단은 1회전에서 탈락했으며 徐9단은 16강전에서린하이펑(林海峯)9단에게 패했다.「동양증권배」「應氏盃」를 획득했을 만큼 국제시합에 강한 徐9단이지만 그동안 이 대회에선 4위에 머문 것이 고작이어서 후지쓰盃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인상이다. 이번 후지쓰戰의 최대 이변은 대만의 천궈싱(陳國興)7품(3단)이 중국의 강호 류샤오광(劉小光)9단을 1회전 탈락시킨것이다.50대 중반의 無名老將,그것도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만 현지의 저단자가 일대 파란을 일으킨 것.
확정된 8강대진표는 다음과 같다.劉昌赫6단-小林光一9단,曺薰鉉9단-加藤正夫9단,趙治勳9단-張文東8단,林海峯9단-華學明7단.중국의 장문둥(張文東)8단은 낯익은 얼굴이지만 화쉐밍(華學明)7단은 처음듣는 이름으로,이른바 新兵器인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여성이라는 점이다.8강전은 6월3일 한국의 千年古都 경주에서 두어진다.
趙9단과 林9단은 일본대표로 출전했다.劉.曺 두사람의 한국대표가 지난해처럼 결승에 동반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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