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돌파구” 남측이 주도의지/정부,「일괄타결」 검토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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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화해결 가속위해 특사교환 전제조건등 후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추가 핵사찰을 수용토록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이후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핵문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주장해온 일괄타결방식 수용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을 전후해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키로 합의한 이래 크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꼬이기만 해온 북한 핵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안보리 의장성명을 계기로 북한이 완전한 핵사찰을 거부함으로써 야기된 긴장국면을 주도적으로 타개할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승주 외무장관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미국의 주요 정책당국자 대부분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처방안을 논의한바 있어 정부의 국면타개 노력은 한미간 상당한 협의를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사찰 수용·남북한 특사교환→3단계 북­미 고위회담→미신고 핵시설 특별사찰과 한반도 비핵화 실현→북미관계 정상화 등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주요 내용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풀어나간다는 「단계적 접근방식」에 입각한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정부가 새롭게 검토하고 있는 정책은 이런 기존의 단계적 접근방식에서 탈피,북한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온 「일괄타결방식」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기존의 정책들과는 크게 다른 내용이다.
홍순영 외무차관은 3일 여야 의원들과 북한 핵문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에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고집해온 남북한 특사교환 문제를 양보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고 일괄타결방안도 큰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지난 1일 미국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소외가능성을 우려해 특사교환 문제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그의 방미중 한국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 여러곳에서 남북한 특사교환시기 양보도 검토하고 있음이 시사되어 홍 차관의 발언은 그동안 미국 등과 상당한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광범하고 철저한 해결」을 정리하기전에 「포괄적 접근」을 말해 일괄타결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가져왔었다.
이같은 한미의 입장으로 보아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북한 핵문제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은 대체로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의장성명이 암시하고 있는 6주내 추가사찰을 수용하고 동시에 남북한 특사교환도 받아들이는 경우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한 특사교환을 3단계 북­미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화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해왔고 미국 역시 남북한 특사교환보다 북한의 핵투명성 보장에 더 비중을 두어왔다는 점에서 시나리오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강행하고 IAEA가 설치한 핵시설 감시장비를 파괴함으로써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즉각적으로 안보리에 의한 제재논의를 촉발할 수 있고 안보리 의장성명이 중국 주도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은 가능성은 북한과 미국·중국 그리고 우리 정부 등 북한 핵문제 당사자들의 대화노력이 계속돼 점전적이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방향이다.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북미 수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었는데 핵문제의 돌출로 이같은 의지가 굴절될 수 밖에 없었음을 안타까워하는 발언을 최근 고위관리들이 하고 있으며 북한도 그동안 이같은 접근을 선호해왔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한 특사교환 문제를 양보하고 기존의 「단계적 접근방식」에서 「일괄타결」로 정책전환을 검토하게 된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핵문제 해결 전망이 보이는 듯하다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는 상황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임을 시사한다.
또 정부가 상황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데는 지난주 북경에서 있엇던 한중 정상회담 과정과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과정에서 중국 의사가 핵문제 해결에 주요한 변수가 될 수 밖에 없음을 확인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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