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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도암면 → '대관령면'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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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스키의 고장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관령면 주민 1000여 명은 수하리 용평돔경기장에서 2일 면민 체육대회를 열고 면의 이름이 바뀐 것을 축하했다. 권혁승 평창군수는 "마을의 이름을 바꿨으면 주민이 키워나가야 한다"며 "명칭 변경을 계기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주민들이 해방 이후 계속 써왔던 도암면이라는 이름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2005년부터다. 도암면은 고랭지 배추와 씨감자, 황태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데다 국내 최대 스키장인 용평 리조트와 대관령 목장이 면 안에 있다. 최근에는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외지인들은 이 지역을 대관령으로만 알지 도암면으로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로터리클럽 같은 사회단체도 대관령이라는 이름을 쓸 정도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면 이름을 아예 대관령면으로 바꾸면 전국에서 찾기도 쉬운 데다 인지도도 높아져 관광 수입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 평창군이 2005년 면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면 이름 개정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92.2%가 찬성했다. 평창군은 이에 따라 2006년 '읍. 면. 리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그해 10월 7일부터 면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대관령'을 공유하고 있는 강릉시 성산면 주민을 중심으로 강릉 시민들이 명칭 변경에 반발했다.

대관령은 강릉의 주산(主山)인 데다 '강릉의 대관문'이라는 뜻이어서 이를 특정 지역의 행정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강릉시는 아예 춘천지법에 평창군의 조례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도에는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그러나 춘천지법은 지난달 31일 강릉시가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 이달 1일부터 대관령면이 탄생했다. 대관령면은 법적으로 분쟁이 일단락되자 호적.주민등록.지적공부의 명칭을 바꾸고, 교통표지판과 같은 표지판의 명칭 변경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관령번영회 이만연(56) 회장은 "이름을 바꿈으로써 대관령의 브랜드 가치를 살려 고랭지 채소 같은 농축업과 겨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이찬호 기자

◆대관령=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로 정상(해발 832m)은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를 이룬다. 총 길이가 13㎞에 달한다. 예부터 아흔아홉 구비의 고갯길로 험하다고 알려져 왔다. 이 일대는 황병산, 선자령, 발왕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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