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스보다 위험한 조류독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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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독감이 아시아 6개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베트남과 태국에선 이로 인한 사망자까지 등장했다. 아직까진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사람에게서만 조류독감이 발견됐지만, 자칫 사람 간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경우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보다 더 위험한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다.

일부에선 1918~19년에 수천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의 악몽을 떠올린다. 지난해 8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는 증세가 나타난 뒤 10일 전후에 가장 위험하지만, 조류독감은 증세가 나타난 직후 바이러스 배출량이 가장 많아져 대응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국내에서 지난 13일 이후 조류독감이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이에 안심할 계제가 아니다. 조류독감의 증세가 잘 드러나지 않는 오리 안에 잠복했다가 다시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조류독감의 인간 전염 사례가 나타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과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에 조금이라도 태만해선 안 될 상황이다.

특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독감에 걸린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만들어질 수 있는 만큼,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 대해선 강도높은 방역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상적인 가축 전염병에 대처하는 식의 안이한 자세로는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조류독감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WHO 및 다른 나라와의 공조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조류독감으로 살(殺)처분된 닭.오리가 현재 2백40만마리에 이른다. 닭.오리고기의 수요 감소로 인한 농가 및 관련 업계의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업의 기준을 마련하고, 친환경 축산농가를 육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