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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음악 즐기는 젊은층 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서울대 4년생인 조정욱씨(28)는 입대하기 전 농과대 그룹사운드「샌드 페블스」에서 기타를 쳤었다.그러나 제대후인 92년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잡는 대신 컴퓨터를 마주 대하는 시간이 훨씬 늘었다.컴퓨터음악 그룹을 만들어 전문 음악활동 에 나섰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5백여가지의 소리를 자유자재로 낼수 있는 매우 편리한 악기입니다.구상하고 연주한 것을 즉시 듣는 시뮬레이션(가상실험)이 가능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일수 있을 뿐 아니라 편집이 매우 간편해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그룹 MCT의 멤버는 3명.조씨외에 전상윤씨(29.중앙대 미대졸),성기준씨(29.서울대 환경대학원졸)가 그들이다.이들은 특별히 따로 맡은 악기가 없다.컴퓨터가 악기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둔 뒤 퇴직금을 털어 기재를 마련한 전상윤씨는 라디오 테마음악과 송영수 감독이 만든『선유락』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바 있으며,성기준씨는 석사출신 현직 연구원이다.
이들은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 GM기획사에 소속돼 첫 음반을 만들고 있다.늦어도 다음달중 출반 계획으로 컴퓨터.앰프등이 들어찬 서초동 연습실에서 마무리 녹음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 MCT의 작업방식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이미 대중음악의 80~90%가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컴퓨터음악은 입력된 내용을 갖가지 소리로 출력하는 장치인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를 중심으로 입력장치인 키보드.앰프등을 컴퓨터와 연결해 작곡.연주.녹음등 일관작업을 해 내는 것.
미디를 이용하면 기타.드럼등 필요한 악기소리를 모두 낼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믹싱과 편집을 할 수 있다.소위「원맨밴드」가 가능해져 혼자 작곡.연주할수 있어 대중음악에 관심있는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컴퓨터음악이 기기 사용법만 익히면 쉽게 접근할수 있는데다 창조적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컴퓨터 음악의 매력에 탐닉하는 계층은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층이다.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미디음악 동호회「소리로의 여행」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로 회원수만 2천8백여명에 이른다.컴퓨터통신 자료실에 올라온 자작곡이나 복사곡을 듣고 감상평을 교환하며,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주활동이다.
요즘 웬만한 컴퓨터라면 모두 갖추고 있는 사운드카드로 음악을즐기는 초보적 단계의 이용자는 훨씬 많다.하이텔 동호회「셈틀가락」의 회원만 1만여명이다.
중앙대에는 컴퓨터음악동호회「뮤즈」가 조직돼 있으며,서울대 음대가 지난해「음악소프트웨어 입문」강좌를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음악은 대학 강단에까지 진출하고 있다.『서울대 경우 한 과에 3~4명꼴로 미디장비를 갖추고 컴퓨터음악을 즐긴다』는 조정욱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컴퓨터음악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이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자기 세계를 추구하는 신세대의 컴퓨터음악 열기는 자기실현 차원을 넘어 우리 대중음악계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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