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책 읽는 부부는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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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여섯살 된 딸아이 윤정이가 한글을 깨치면서 혼자서 책을 읽고 동생에게도 읽어주곤 했다. 제 스스로 똑똑해져야 한다면서 제법 열심인 모습이 자못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2주 전쯤, 윤정이가 "엄마! 아빠는 신문이 책이야"하고 불쑥 말했다. 윤정이는 아빠가 아침이면 신문을 읽고 저녁에 들어오면 TV만 보고 책을 거의 읽지 않자 '아빠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하다 제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 같았다.

얘기를 들은 남편은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모처럼 휴일에 온 가족이 침대에 누워 각자의 책을 펴들고 읽었다. 아무 것도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편안했다.

지난해 8월부터 남편이 주5일 근무를 하면서 주말에 이틀 동안 집에 있는 것이 어느새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돼버렸다.

이제 그 지루함을 뭔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결혼해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윤정이에게는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면서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가졌을까?'하고 생각해봤다.

"두 아이 키우고 살림하다보면 정말 시간이 없어"라고 소리쳐 변명하고 싶지만 부끄러운 항변으로 들릴 뿐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일주일에 한번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르고, 신간도 찾아보고, 한 권의 책을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읽어보자고. 그리고 서로에게 책을 선물하자고.

이렇게 하면 올 겨울엔 우리의 독서나무에 우리가 읽었던 책들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고, 삶의 지혜도 쑥쑥 자라 우리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까지도 삶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올 겨울엔 우리 부부가 지금보다 훨씬 깊이 있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부부로 거듭 나고 싶다.

딸아이가 자라서 "너의 말 한마디로 엄마.아빠의 삶이 이렇게 달라졌구나"하면서 윤정이를 품에 꼭 안아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꿈꿔본다. 역시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다.

장현숙 35·18기 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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