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셰허의 대역습, 공격군의 허리를 관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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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4보 (60~74)]
白.朴永訓 5단 黑.謝 赫 5단

결국 60으로 후퇴했고 61, 63으로 깨끗하게 뚫렸다. 부평초처럼 쫓기던 흑▲ 두점이 공격하던 백을 관통했으니 이보다 더 잘될 수는 없다. 얌전하게 웅크리고 있던 셰허가 사자처럼 일어나 크게 포효하는 순간이다.

박영훈5단은 이것으로도 불만은 없다고 느꼈다. 62로 빵때려 하변의 실리가 커졌으므로 64로부터 중앙만 수습하면 별 게 없지 않으냐고 생각했다. 타개가 장기인 박영훈다운 생각이다.

그런데 셰허가 아주 기분 나쁜 코스로 왔다. 전체를 크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65부터 살그머니 다가와 백△의 꼬리를 끊어 잡아버린 것이다.

이 꼬리가 아주 컸고 영양가도 풍부했다. 73의 자세도 두텁다. 검토실의 진단에 따르면 이래서는 흑의 페이스가 됐다. 모범생 셰허가 의표를 찌르는 강수를 성공시키면서 대세를 장악한 것이다.

절대 우세한 병력을 앞세워 공격에 나서던 백이 왜 이렇게 됐을까. 전보 백△에 혐의가 돌아갔다. 이 수로는 '참고도' 백1, 3을 선수하고 5로 씌워 좀더 강력히 공격할 수 있었다. 이세돌9단 같으면 이렇게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훈은 실리를 금쪽같이 여기는 스타일인지라 '참고도' 백1의 한점이 잡히는 실리 손실이 싫었다. 그래서 공격도 아니고 삭감도 아닌 어정쩡한 백△를 두다가 강렬한 역습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박영훈이 순간적으로 우유부단했을까.그랬을지 모른다. 74의 응수타진에 이번엔 셰허가 망설이고 있었다. 우세할 때의 장고는 왜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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