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는 2 대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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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4국>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총보(1~247)=이 판은 백이 한 집 반을 이겼다. "처음에 흑이 너무 좋아 보여 역전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온소진 3단은 말했다. 슬금슬금 역전된 탓에 패착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세 번의 실수가 지목됐다. 첫째가 31 붙이고 33 젖힌 수. 가볍게 살 수 있었던 돌을 이처럼 무겁게 움직이는 바람에 흑 대마는 바둑이 끝날 때까지 공격당했다.

'참고도'는 이 장면(28~38)을 놓아본 것. 이창호 9단은 하변 백진에 뛰어든 흑▲ 한 점을 공격하지 않고 백1, 3으로 딴청을 부렸다. 백△ 한 점을 품에 안아 우변에 큰 집을 마련한 흑은 이제 하변을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4, 6이 무거워 8까지 뭉친 모양이 됐고 9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7 자리로 그냥 달렸더라면 쉽게 살았을 텐데 이처럼 공격받게 됐으니 흑4, 6(실전의 31, 33)은 패착의 죄를 면키 어렵다.

하지만 백이 공격을 통해 결정적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어서 31, 33에 모든 죄를 묻기도 어렵다. 김지석 4단은 69의 손찌검이 실수였고 107의 엷은 수(115 자리가 더 좋았다)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불과 한 집 반의 차이였으므로 이 두 수 역시 패착이라 불러도 할말이 없다. 승부와 무관하게 이창호 9단의 이색 취향인 28, 30(참고도 백1, 3)은 두고두고 논란의 대상이었다. 현실세계를 두둥실 떠나버린 듯한 이 두 수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손에 잡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161-128, 172-5, 246-43, 247-2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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