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현대 접목 막내린 한국오페라단 나비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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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동안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오페라『나비부인』은 새로운 감각을 선보인 일본인 연출가의 연출로 관중들은 물론이고 국내오페라계에 충격을 던진 작품이었다 .과거 공연됐던『나비부인』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화려한 조명과 극 진행중의 과감한 무대장치 이동등으로 고전작품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음으로써 청중들의 긴장감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막이 오르면 먼저 무대 뒤편에 설치된 영사막으로 나가사키항이아스라히 펼쳐지고 붉은 색조의 화려한 조명이 쏟아진다.첨단 조명기법으로 무대 뒤쪽의 특수 영사막을 백분 활용,막 뒤편까지 무대로 끌어들이는 입체적 효과를 거두었다.
나비부인과 핑커튼의 결혼식장면,꽃놀이,핑커튼이 미국인 부인을데리고 나비부인을 찾는 장면,항구에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등이 모두 무대 뒤편에서 이뤄졌다.극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무대장치가 바뀐다.국내 오페라무대 사상 최초 로 시도된「공연중무대장치 이동」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다소 혼란스러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동적인 무대 운영으로 극적 효과를 높였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다만 무대장치를 옮길때의 소음은 귀에 거슬렸다.
이번 무대에 쓰인 조명은 모두 6백80여종.지금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오페라작품에 평균 1백20종의 조명이 쓰였던 데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나비부인이 기생이 된 사연을 회상형식을 빌려 실연으로 보여준것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2막2장의 막이 오름과 동시에펼쳐지는 나비부인의 회상에서 할복자살한 나비부인 아버지의 시신위로 붉은 조명을 쏟아부음으로써 관중들을 다 시 극속으로 몰입시켰다. 일본인 2명을 포함한 출연성악가들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로써 이번『나비부인』은 음악적.문학적.연극적.미술적 요소를 망라하는 종합예술로서 오페라의 진수를 어느정도보여준 셈이다.
이 작품은 20세기초 일본의 나가사키항을 배경으로 일본여성 나비부인과 미군 핑커튼의 이룰수 없는 사랑을 그린 고전이다.국내에서도 자주 공연됐고 또 오는 4월12일부터는 바스티유오페라단의 공연이 계획돼 있어 관중들의 외면을 받을 것 으로 우려했으나 관중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객석 2천2백석인 오페라하우스의 4회공연에 총 6천5백명이 동원돼 객석점유율이 평균 74%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연출가가 일본인 마쓰야마 마스히코였다는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무대장치에 일본인들이 즐겨찾는 꽃무늬가 많이 쓰이고 사무라이복장.할복자살 등이 지나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도 연출가가 일본인이었다는 점 과 맞물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음악평론가 김범수씨는『일본문화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눈에 두드러졌다』며『대중문화만이 아니고 순수문화나 오페라같은 작품 속에서의 日本色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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