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나눔'으로 함께가는 세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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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귀성 전쟁으로 몸살을 앓던 21일 오전 9시(현지시간) 스위스 동부 휴양도시 다보스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세계경제포럼(WEF)이 폭설 속에 문을 연 것이다.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진 이번 행사에는 내로라하는 지구촌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포럼 주최 측이 내건 주제는 '안보와 번영을 위한 협력'. 클라우스 슈밥 WEF 설립자 겸 회장은 "안보 없이는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면서 "'안보+번영=평화'가 다보스 포럼의 등식"이라고 설명했다. 총회가 열리는 회의장 밖에는 2m 두께로 쌓인 눈 위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지만 회의장 안은 토론 열기로 후끈했다.

이번 포럼의 또 다른 주제는 '나눔'이었다. 슈밥 회장은 "올해를 뒤처진 사회 구성원을 함께 끌고 가는 세상을 만드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도 선진국들이 경제 세계화에 반대하는 반세계화운동에 대한 이해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사회 포럼을 언급하며 "이미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에서 뒤처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끈 주제는 역시 경제였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라는 토론 주제가 제시되자 참석자들은 1조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및 경상수지)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에 대한 관심만은 여전했다. '중국은 외국 투자의 금광인가, 지뢰인가'등 중국 관련 토론회는 5~6개씩이나 됐다.

회의장엔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칼리 피오리나 휼렛패커드 회장, 국제투자 전문가 조지 소로스 등이 참석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측에선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황두연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10여명이 참가했다.

黃본부장은 이날 다보스 각료회의를 마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부터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의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철저하게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보스(스위스)=유권하 특파원

◇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은=1970년 유럽 경제인들이 서로 안면을 트고 우의를 다지는 비공식 사교모임이 모태가 됐다. 최근에는 경제 외에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처방과 대안을 제시, 개별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회의의 성격이 강해졌다. 82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기 시작했고, 주요 인사의 연설과 분야별 토론 등 행사가 이어진다. 25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포럼은 세계 경제.북한핵 등 각종 현안을 다룬 2백50여개 세미나가 열리고, 94개국에서 2천2백80명의 정.관.재계 인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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