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궁내 조깅” 사양 운동장서 4㎞/김 대통령 방일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의회연설후 정치인 70여명과 환담/일왕 사과발언에 “명백한 표현” 만족
○…김영삼대통령이 일본을 방문중인 이 시점에서 본 한일관계는 의아스러울 정도로 우호적이다.
이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김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으로 한일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대전제 위에서 ▲미·일을 기축으로 한 외교정책 ▲경제논리에 바탕한 양국 경제·통상문제 접근 등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일 양국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화급한 북한 핵문제가 둘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김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간의 개인적 의기투합 등도 촉진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국회연설◁
김영삼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25일 오전 일본국회에서 「우정과 협력의 새 역사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한일 양국이 동반자적 미래관계를 역설.
김 대통령은 중의원 본회의장에서 중·참의원들의 박수속에 등단,『평생을 의회민주주의자로 살아온 나로서는 특별한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문을 연뒤 시종 차분한 어조로 한일간 역사를 회고. 그는 『1백년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마침내 한반도를 유린했다』고 쓰라린 역사를 지적했으나 『이제 한일 양국 국민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며 과거의 앙금은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과거 역사의 극복을 강조.
김 대통령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무샤코지 사네아츠(무자소로실독)가 흰 접시위에 토마토와 가지를 그린후 『나는 나,너는 너,그러나 사이좋게』라고 쓴 일화를 인용하면서 『한국 국민은 밝은 미래를 바라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
김 대통령은 약 30분간에 걸친 연설을 마친뒤 중의원 의장 응접실에서 국회지도자 및 전당 대표 70여명과 가벼운 환담.
도이(토정) 중의원 의장(여·사회당)은 샴페인으로 김 대통령의 일본방문을 환영하는 건배를 제의.
▷새벽조깅◁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이날 새벽 숙소인 영빈관 인근에 있는 동경올림픽경기장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조깅. 김 대통령은 방일 첫날인 24일 왕궁만찬 등 일정으로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이날 오전 5시25분부터 6시5분까지 40분동안 경기장을 10바퀴 돌며 4㎞를 거뜬히 뛴뒤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운동장이 웅장하고 바닥이 부드러워 좋다』며 흡족한 표정.
▷동경특파원과 조찬◁
김 대통령은 25일 아침 동경특파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과거의 사죄발언은 사전을 찾아보아야 뜻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모호했는데 이번에는 일왕이 아주 알기 쉬운 말로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만족.
김 대통령은 미치코(미지자) 왕비가 실어증에 걸려 언어구사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만나보니 완전히 회복됐더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왕궁에서 조깅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미치코 왕비의 권유에 『잔디밭에서 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스팔트도 곤란하므로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고 왕비와의 대화내용을 소개.
▷일왕 환영만찬◁
김영삼대통령 내외를 위해 24일 저녁 왕궁 호메이덴 연회장에서 아키히토(명인) 일왕 내외 주최로 열린 국빈 환영만찬에서 일왕은 만찬사 서두를 『귀국은 우리나라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로서 사람들의 교류는 역사책에 밝혀지기 이전의 먼 옛날부터 이루어져왔다』고 시작. 아키히토 일왕은 『귀국으로부터 다양한 문물이 우리나라에 전달되어 우리들의 선조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양국간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상기한뒤 과거사에 대해 반성발언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한일 양국이 오랫동안 밀접한 교류를 하던중 우리나라가 한반도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고난을 끼친 한 시기가 있었으며 몇년전 이점에 대해 슬픈 마음을 표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답사에서 『일왕께서 한일 양국 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화답.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은 『한일 양국은 이번 반성발언과 관련,사전에 막후접촉을 벌인 사실이 없다』며 『단지 일왕은 시대정신에 입각,그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동경=이석구·김현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