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도주 사기혐의 목사 피해자가 추적.검거 007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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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필리핀으로 달아난 사기 피의자를 피해자들이 현지까지 쫓아가 첩보영화를 방불케하는 추적작전 끝에 붙잡았다.
피해자중 한명인 徐玄錫씨(43.사업)가「수사관」이 된것은 자신이 다니던 서울노량진 기업인교회 朴亢緖목사(48)가 신도들을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달아난 지난해 1월부터.
朴목사는『5천만원을 투자하면 미국 캘리포니아州에 설립중인 풀가스펠 종합대학 재단이사직을 주고 자녀들을 무료로 유학시켜주겠다』고 속여 徐씨등 1백여명의 신도들로부터 12억여원을 가로챈뒤 잠적해버렸던 것이다.
집까지 담보로 잡혀 거리에 나앉게된 신도들이 경찰과 검찰에 고소,朴목사는 지난해 1월7일 출국정지와 함께 지명수배됐지만 이미 외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온갖 경로를 통해 朴목사의 행방을 추적하던 徐씨는 1년만에 朴목사가 지난해 5월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숨어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월4일 徐씨는 다른 피해자 1명과 함께 朴목사가 수배된 인물이라는 사실증명원 한장만 들고 필리핀으로 찾아갔다.이들은 사업상 친분이 있던 필리핀 상원의원 한사람과 현지 경찰의 도움을받아 마닐라시내 호화콘도 주변에 잠복해 있다 새 벽에 귀가하던朴목사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회개했다.하느님의 처분대로 살겠다』며 피해자를 안심시키던 朴목사는 1월9일 귀국길의 마닐라공항에서 화장실 창문을 통해 달아나버렸다.
허탕을 치고 돌아온 徐씨등은『다시 나를 잡으러 오면 시체로 돌아갈줄 알라』『가족들을 몰살해 버리겠다』는등 朴목사의 전화협박에 시달렸지만 두달만인 3월10일 필리핀으로 2차 추적길에 나섰다. 현지 경찰과 한국대사관측은 徐씨에게 朴목사가 무기 소지 경호원을 고용했다며 신변보호를 위해 무기소지 허가증까지 발급해 주었다.
필리핀 이민국의 협조로 朴목사 소재를 파악한 徐씨등은 18일밤 마닐라 교외의 한 콘도 앞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나오는 朴목사를 필리핀 경찰의 위협사격 지원까지 받으며 다시 붙잡아 우리나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검찰에 넘겨진 朴목사는 21일저녁 풀려난뒤 또다시 잠적,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朴仁煥검사는『피해자 주장만 듣고 구속하기 어려워 목사인 형의 보증을 받고 일단 귀가시켰으며 출국금지와 동시에 형을 통해 출두를 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李勳範.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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