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비자 발급 문제 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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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을 여행하려면 비자발급을 위해 해당지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가장 먼저 찾게 된다. 때문에 영사업무를 관장하는 공관은 그 나라의 인상을 심어주는 첫 관문이 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지역 비자를 발급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지루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대해 상당히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
새벽부터 영사관 앞에 줄을 서 4∼5시간을 기다려야 하고,마치 신문받듯 하는 까다로운 사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서 전부터 미국·일본지역 비자발급의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여행자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선은 커녕 올 4월1일부터는 미국비자 발급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발급기간도 더 오래 걸리게끔 더욱 까다로워졌다.
부산·경남지역 영사업무를 관장하던 미국의 부산주재 영사관이 4월부터 비자발급을 중단함에 따라 그 업무가 서울영사관으로 이관되니 그만큼 업무가 폭주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비자업무를 대행해왔던 여행사 숫자를 1천2백여개에서 1백10개사로 제한해버려 그만큼 영사관 창구는 북적대고,행렬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외국 영사관의 비자발급 업무는 자국의 기준·절차·형편에 따라 집행하는 치외법권적 권한이다. 대행사 숫자를 줄이거나 담당 인원을 늘리지 못하는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다. 미국같으면 해외공관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이는 정책이라 인원증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사정업무를 꼼꼼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미국비자 발급 신청이 많다 보면 그 속엔 발급해줄 수 없는 사례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비자발급에 따른 사소한 불평과 불만이 쌓여 오랜 우방으로서 양국간의 친밀감과 유대에 금이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복잡하고 어려웠던 비자발급이 앞의 두가지 이유 때문에 더욱 혼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이는 앞으로 양국간의 감정문제로까지 번질 공산마저 있다.
이미 부산지역에서는 미국이 한국인을 깔보기 때문에 영사업무를 중단했다는 식의 불평 불만이 쌓이고 있다 한다. 이제 서울의 미국영사관 업무가 폭주할 때 그 만큼 불평과 불만이 미국이 한국을 깔본다는 식의 감정으로 흐르기 쉽다. 이런 감정적 대립은 양국간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비자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받더라도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창구를 늘리고,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비자발급 방식을 개선해보려는 성의가 표시돼야 한다. 그것이 주재국과의 선린과 우호를 위한 최소한의 외교적 배려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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