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캐나다,박해받는 여성들 천국으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줄리아는 모국인 에쿠아도르에서 10년간 남편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매를 맞거나 폭행당했다.그녀는 경찰에 호소했지만 비웃음거리가 됐을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어렵게 이혼한 뒤에도 남편은 그녀를 계속 위협했다.
결국 91년 캐나다로 도망친뒤 이민및 난민위원회(IRB)에 망명을 신청했다.
IRB는 『에쿠아도르 당국이 남편으로부터 학대받는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박해로 볼 수 있다』며 그녀를 망명자로 인정해 캐나다에 머물 수 있게 했다.
줄리아의 예처럼 캐나다는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고통받는 세계여성들에게는 천국과 다름없다.
「집안 일」로 치부할 수도 있는 남편의 횡포에 대한 여성들의탄원이 해당국가에서는 쉽게 무시되지만 캐나다는 이를 국가의 조직적인 박해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로 도망쳐온 여성들의 사연이 정치적인 동기와 같이 쉽게 드러나는「전통적인 박해」가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은 성적 학대로 인정받기 위해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IRB의 판정기준은 두가지다.망명을 요청한 여성이 자신의 모국에서 당한 학대를 중지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으며 이것이 거부당했는 지 여부다.또 그녀의 모국이 전통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무시해 왔는지도 입증해야 된다.
캐나다에 이 지침이 만들어진 것은 92년.차도르를 쓰지 않겠다고 거부하다 박해를 피해 캐나다로 도망쳐온 나다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인의 망명사건이 기폭제가 됐다.IRB가 그녀의 망명요청을 거부하자 캐나다의 모든 여성단체와 인권운동기 관들이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체류허가가 떨어진 사건이다.
캐나다에는 이같은 지침이 설정되자 망명을 요청하는 여성들이 서서히 늘고있다.지난해 전체 망명신청자는 3만1천여명으로 이중남편으로부터의 박해때문에 망명을 신청한 여성들은 1백50여명,통과된 사람은 1백명정도였다.
캐나다에서 이같은 지침이 만들어지자 미국의 이민 귀화서비스(INS)도 캐나다의 예를 따라야 한다는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의 이 지침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IRB의 판정관들이 지침을 주관적으로 적용하는 바람에 일관성이 없으며 외국 주재 캐나다 대사관들은 이 지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申成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