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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각>해외반출 문화재 감정적 시각 치우쳐선 곤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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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4일 金泳三대통령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韓日간 文化交流문제가다시한번 대두될 것같다.韓日문화교류에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두가지의 선결과제가 놓여있다.
하나는 일본에 유출돼 있는 우리 文化財의 반환문제며 또다른 하나는 영화.음악등 일본대중문화의 수용문제다.
지난날 韓日간의 역사가 남긴 不信.不和의 국민감정때문에 이 두가지문제의 해결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화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韓日간 文化交流의 현안가운데 해외유출문화재건에 대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초까지 65일동안 성황리에 열린 고려불화특별전의 성과가 여러가지를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東國大박물관.湖巖미술관,그리고 일본 佛敎대학이 공동주최한 고려불화전은 사실 무척 어려운 장애를 극복하고 개최된 전시회였다. 그 구체적인 장애란 다름아닌 두나라의 국민감정이다.일본측의일반적인 여론은 한국에서는 在日한국문화재를 일본이 탈취해 간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불화를 빌려줄 경우 다시 돌아오기가 힘들리라는 것이었다.실제로 일본정부 당국 은 이같은 국민여론을 의식,일본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고려불화의 반출에 제동을 거는 바람에 주최측이 상당히 애를 먹었다.
국내에서도 역시 일본에서 빌려오는 고려불화가 사실은 우리 것이며 모두가 탈취당한 것들이니『되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시회를 마치고 작품을 돌려주면서 우리국민이 보여준 태도는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신사적이고 관대한 그런 태도가 일본인들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줄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고려불화전에 보인 우리 국민의 열기를 통해 일본인들도 자기네가 가지고 있는 고려불화를 새삼 재평가하게 됐다는 사실에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학계에서 국내의 고려불화전을 계기로 가마쿠라(鎌倉).
무로마치(室町)시대에 발전했던 일본불화가 고려불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재인식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런 것들은『해외에 반출된 우리문화재는 탈취당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환받아야 한다』는 우리의 시각에 새로운 수정을 요구하는 사례들이다.
물론 탈취당한 확실한 근거가 있는 문화재들은 외교적 통로를 통해 언제라도 적극적인 반환조치를 취해야 한다.그러나 다른 한편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문화재를 모두 탈취당한 것으로 치부하는감정적인 대처방안은 지양해 나가야 하리라고 생각 한다.
왜냐하면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문화재를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첨병으로,나아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제부터라도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문화재를 하나하나의 나무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 전체의 큰 테두리안에서 숲의 일부로 보는 관대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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