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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서 대북정책 강도높게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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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환상적 통일론이 「북핵파국」 불렀다”/대치현실 무시한 「아마추어 외교」/속 다보여준채 협상… 잘될리 있나
민자당의 많은 의원들은 지난 1년여간 정부의 학자출신 외교안보팀이 낙관적 대북관과 안이한 유화적 외교전술로 일관,북핵 대응을 그르치고 말았다고 단정하고 있다.
비교적 보수성향의 의원들이 많은 민자당의 그런 단정은 정부가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기조인 「환상적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었다는데서 출발한다. 외교안보당국자들은 공공연히 『민족이 우방에 우선한다』 『민족의 핵이니 괜찮다』는 얘기를 꺼내며 남북간의 적대적 현실을 애써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안무혁의원은 『50년간 북한에 대응해보며 단 한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들의 실체를 그렇게 모를 수 있느냐』며 외교안보팀의 「북에 대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노인」 송환 잘못
다른 6공 고위층 출신의원들은 『체제가 같은 국가간에도 갈등이 생기면 전쟁가능성이 상존하는 판에 동족이지만 한차례 남침까지 했던 상극체제의 북한과의 관계에서 핵까지 개입된 상황에 정상적인 대화를 기대한 것 자체가 국제정치의 기초마저 모르는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어설픈 민족주의 기조위에 북핵해결을 꼬이게 한 핵심적 계기로 이인모노인 송환이 꼽히고 있다.
핵문제가 시끄러워지려 할 때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이 「민족적 인도주의」의 명분으로 이 노인을 북송함으로써 『김일성에게 생일선물을 헌납한 꼴』이 됐으며 국내에서는 기존 급진성향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민자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이 노인 송환을 계기로 통일과 북핵문제가 뒤섞여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도 확고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이같은 접근을 비판하면 반통일·냉전주의자로,심지어 반개혁인사로 몰리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북이 핵카드를 꺼낸 것은 우리의 정권변동기에 정치세력간 분열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었고 우리는 스스럼없이 말려들었다』고 지적한다.
○강온책 갈팡질팡
그는 또 『문민정부는 군사정권과 다르다. 북한과도 대화로 해낼 수 있다』는 도식적 우월의식마저 이같은 기조에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민자당내에선 『해방 50년인 95년에 통일을 반드시 달성한다』는 북의 주장과 95년을 『통일희년』으로 하자는 급진세력의 목소리가 일치하고 최근의 교과서용어 파문,급진세력의 정부·여당진입 등을 들어 북핵카드와 함께 「통일전선전략」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이런 분위기속에 정부와 야당이 대북유화 경쟁을 벌이고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은 「대북 햇볕론」을 주장하는 등의 분위기속에서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용의」가 튀어 나와 북핵문제가 마치 국내 정치의 주도권 다툼 양상으로까지 혼미를 거듭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팀의 안이한 외교전술에 이르러 민자당의 성토는 한층 거세진다.
북한의 오랜 「남한정부 배제 전략」에 휘말려버린데다 그나마 외교의 기초인 「히든카드」 구사가 철저히 도외시된채 팀스피리트 중단 등 우리의 수를 진작에 드러내 보였다는 지적이다.
한승주 외무장관은 지난해 4월 싱가포르에서 『미­북한의 양자회담을 반대않는다』고 일찌감치 공식선언해 우리의 핵논의 제외를 스스로 자초했다는게 민자당 의원들의 지적이다.
이는 『북한문제는 남한과 미국이 공조해 나간다』는 80년대부터의 오랜 약속을 스스로 해제한 꼴이며 그때부터는 모든 협상카드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그나마 느슨한 「한·미 공조체제」도 미국이 강하게 나갈 때는 제동을 걸고 유화 대응하려하면 채찍을 주문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그나마 유일한 카드인 『팀스피리트 중단』 용의를 한 외무장관 등이 수시로 발설하고 다녔다.
민자당은 21일 현 상황을 「파국」으로 규정하며 『북핵 등 대북정책의 전면적 재검토』(이세기 정책위 의장)를 촉구했다.
6공 고위층 출신의 한 의원은 『우선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외에는 불가능하다는 대전제를 세우고 내부결속과 우방과의 협력에 기초한 방어적 공세의 입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비핵」 수정제기
안무혁의원은 『경제제재는 물론 보다 강한 조치를 취해 핵의 소유가 그들의 체제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의원들은 비핵화선언의 수정도 공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공식석상에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공공연한 협박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외교정책이 잘되어 왔다』고 무감각하게 넘어가는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분통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민자당은 책임을 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새 안보팀을 구성하여 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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