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도가 최대 변수/북핵 논의에 들어간 안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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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선 북에 “추가사찰” 압력 집중/곧바로 제재까지 가진 않을듯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물질 전환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내용의 특별이사회 결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함에 따라 안보리는 21일 오후(한국시간 22일 오전)부터 상임이사국들의 비공개 회의를 시작했다.
안보리의 북한 핵문제 논의는 일단 북한­미국간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출발하게 된다.
따라서 안보리는 북한이 추가사찰을 수용해 핵개발의혹을 완전히 해소토록 압력을 가하는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중 유일하게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안보리는 지난해 4,5월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재고하고 핵안전협정상 의무를 다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의장성명과 안보리 결의 825호를 채택한 바 있다.
그뒤 북한이 NPT 탈퇴를 보류하고 미국·IAEA와 협상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시도했으나 21일 IAEA가 채택한 결의안으로 이같은 노력은 실패로 끝나버린 상황이다.
따라서 안보리는 이번엔 북한에 대한 제재문제를 본격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들린 울브라이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비공개회의가 시작되기전 『북한 핵문제는 안보리 차원에서 심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해 안보리가 제재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곧바로 제재를 결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과 외교적 해결에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있는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지지입장을 보이는 강대국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중국과 북한은 순망치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만의 입장으로 보아도 완벽한 명분이 따르지 않는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중국이 찬성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표결에서 기권하는 등의 소극적 찬성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기회만 있으면 중국에 대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중국의 요구대로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은 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중국 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문제이기에 지난해 3월 북한이 NPT를 탈퇴한 이래 이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노력 끝에 아직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다는 최종결론을 내렸으며 이같은 입장은 미국과 한국에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중국은 북한 핵문제는 미국­북한,한국­북한 사이의 외교문제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북한에도 미국과의 수교라는 목표가 달성되는 방향으로 결말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최혜국대우 연장문제를 중심으로한 현안이 걸려있어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볼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문제에 대해 소극적 반대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리는 21일 모임에서 북한에 대해 추가사찰을 허용토록 촉구하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성 결의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지며 당장 제재를 결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앞서 말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미국의 배려이기도 하지만 미국 자신도 외교적 해결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제재를 통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북한을 궁지로 몰게 돼 미국으로서도 원치 않는 급격한 사태악화를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프랑스 등 국제사회의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지리하게 계속돼온 미국­북한간 협상을 지켜보면서 강경책이 아니고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의회와 언론도 마찬가지다.
5개 상임이사국중 이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4개국은 제재에 찬성하며 다만 중국만 남아있다. 따라서 안보리의 북한핵 대응은 중국을 끌어들이는 매우 신중한 단계적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미국입장/“채찍”속 대화문은 열어놔/중국을 난처하게 하지않고 해결시도/제재땐 북군사행동 못하게 사전대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이 현재로선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리기전에 추가 핵사찰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을 미국측도 인정하고 있으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북한에 대해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 매커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현 입장을 ▲신중하고 인내하며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특히 유엔에서는 ▲절제되고 단호하며 확고한 태세를 통해 ▲연속적이고 단계적으로 대처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미국정부는 현재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제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최악의 선택인 제재를 현실화하기 전에 북한핵과 관련한 세가지 목표를 여유를 갖고 풀어나가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국제원자력기구의 결의와 이로 인한 유엔안보리의 제재결의는 미국정부로선 가장 뒤로 미루어온 마지막 선택임을 감안,이같은 사태가 오기전에 한번 더 북한으로 하여금 평화적 해결의 장에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안보리가 대북한 제재를 결의할 경우 이에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가능하면 중국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정부는 이같은 중국에 대한 배려를 「인내의 외교」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북한핵 해결을 위해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는 사실을 중국에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안보리에서 더이상 대북한 제재에 반대할 구실을 없앤다는 것을 확고한 방침으로 갖고 있다.
세번째는 유엔안보리에서 대북한 제재를 결정하고 북한이 우려하던대로 대남 보복공격을 감행할 경우 이같은 사태가 몰고올 파장을 우려해 가장 위험도가 낮은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안보리가 대북한 제재를 결정해도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미국정부가 팀스피리트훈련 실시와 패트리어트미사일의 한반도 배치,그리고 대한 방위공약 재확인이라는,정치·군사적으로 면밀하고 신중한 대비를 사전에 완전히 마무리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그리고 인내한다는 정책은 한편으로는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만일의 사태가 올 경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축적이기도 하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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