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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전략으로 국면 돌파 겨냥/북한 초강수… 무엇을 노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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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미 이간목적… 유엔탈퇴까지도 가능/군사적 긴장감 김정일체제 유지 효과
북한이 「전쟁불사」 발언과 함께 남북 대화를 깬데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강행」을 위협하는 등 초강수로 나온 것은 공개적으론 뉴욕합의의 불이행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미관계에 틈을 벌리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앞당기고 북한 자신의 내부 단결이란 정치적 계산까지 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일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끝 전략」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12일 NPT 탈퇴선언 때에도 「벼랑끝 전략」을 구사,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끌어내 관계개선을 원하는 미국과 1년간 대화하는 「성과」를 얻어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직접대화의 채널을 마련했다.
그러나 북한의 초강경 대응에도 불구,국제사회는 제재를 향한 예정된 절차를 속속 밟고 있어 북한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 의문이다.
북한의 강경자세는 우선 지난달 25일 뉴욕합의와 관련,자신들은 이를 성실히 이행했으나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보는데서 명분을 찾고 있다.
북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21일)은 미국이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 중지와 3단계 조­미 회담 개최날짜를 발표해놓고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북남 특사교환이 실현되어야 그것을 이행할 것이라는 부당한 전제조건을 붙였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뉴욕합의를 뒤엎은데는 「대북 적대시정책」이 깔려있다고 보면서,현 국면에선 미국의 태도를 바꾸거나 한미 공조체제를 깨뜨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 크다.
북한의 성명이나 보도는 「동시행정조치」로 된 북한­미 합의문들을 한국과 미국이 한결같이 조건화하는 것을 비난해오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한미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한미 공조체제를 더 강화해주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강경대응 배경에는 21일 IAEA 특별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결의로 추가사찰을 받거나 유엔안보리에 의한 제재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서 북한으로서는 제재를 받더라도 방사화학실험실의 시료채취를 위한 추가사찰을 대미 협상카드로 남겨두고 싶어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는 북한은 안보리로 문제가 넘어가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미국도 사태를 벼랑으로 끌고 가지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해 3월의 NPT 탈퇴 선언때 IAEA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맞받아쳐 대화를 이끌어냈고 이번에도 같은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을 북한이 하는데는 최근 인권문제를 둘러싸고 악화되고 있는 미­중관계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북한제재를 반대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은 최근 인권·무역문제로 미국가 티격태격하면서 대미관계에서 핵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카드화할 수도 있고 북한을 더욱 중국에 의존시키는 관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북한에 「시간이 꼭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을 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면 국내나 국제사회에서 온건론이 머리를 들 수 있고 남한의 국론이 강온으로 분열될 수도 있다.
한편 북한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김정일을 중심으로 체제내 단결을 꾀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팀」훈련때 김정일이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NPT 탈퇴선언 결정을 내려 상황을 타개했듯이 이번 위기도 김정일의 지도력 부각과 체제의 공고화에 기여할 것이 틀림없다.
현 상황은 북한이 「팀」훈련과 미국의 대북위협,IAEA의 불공정을 문제삼아 NPT 탈퇴를 선언한 1년전과 매우 비슷하다.
북한은 일단 「위협신호」를 계속 보내며 국제사회와 힘겨루기를 벌이다 한미가 「팀」훈련을 재개하면 NPT 탈퇴 실행은 물론 김정일 명의로 준전시상태 선포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넘어가 경제제재 등 조치가 내려지면 「유엔 탈퇴선언」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극약처방으로 사태를 위기의 벼랑끝으로 몰고가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이 북한의 속셈이기 때문이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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