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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상회담 때 남편 상봉 얘기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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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레나테 홍 할머니(右)가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편과 꼭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며 레나테 홍 할머니를 위로했다. [사진=김태성 기자]

46년간 북한 남편을 기다려 온 레나테 홍(70.본지 2006년 11월 14일 1면) 할머니의 상봉 문제가 10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8일 "남편 상봉을 소망해 온 레나테 홍 여사 문제를 10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얘기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서울 동교동 자택에서 홍 할머니를 접견하고 "5월 23일 도움을 주기 위해 베를린에서 홍 여사를 만난 이후 서울로 돌아와 관계 기관과 얘기하고 있다"며 "(홍씨 부부 상봉을 도와주자는) 내 의사가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접견 내용.

-홍 할머니:"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서울 방문은 처음이라 감격스럽다. 사연을 들어주시고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김 전 대통령:"이번 홍 여사 방한 이후 영국.독일 등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에서도 크게 보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기에 홍 여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겠나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홍:"저도 그런 희망을 갖고 있다."

-김:"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군 포로, 납치 인사, 이산가족 문제 등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거론되는데 홍 여사 문제도 하나의 사례로 얘기하지 않겠나 기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긍정적 조치를 취하면 북한 자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북한과 독일 관계에 있어서도 바람직하다. 지금 6자회담, 남북 관계가 잘돼가고 있어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 그래서 이번 문제가 잘 풀리지 않겠나 생각한다. 북한도 좋은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홍:"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김:"인생에서 값있고 훌륭하게 산다는 것은 가족.남편.이웃 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다. 홍 여사는 긴 세월 동안 안타까운 인고의 세월을 보냈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했다. 많은 한국인이 여사의 인생 스토리에 감동하고 감사하고 있다."

-홍:"제 얘기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셔서 큰 위로가 됐다."

-김:"우리나라는 예부터 남편을 위해 정절을 지킨 여성을 열녀라 부르고 대문 앞에 열녀문을 세워주던 제도가 있었다. 홍 여사가 남편을 수십 년간 기다리며 자식을 잘 키운 것을 보니 우리가 존경했던 열녀가 생각난다. 긴 세월 동안 정성과 사랑, 인내로서 남편을 기다려 왔다는 것은 보기 드물게 훌륭한 일이다."

-홍:"따뜻한 말씀과 성원에 감사드린다."

-김:"홍 여사 같은 분을 성원하지 않으면 누굴 성원하겠나. 사람이 양심이 있다면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유권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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