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검찰 대통령 지시때만 움직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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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尙文高 비리에 대해 강건너 불보듯하던 검찰이 16일밤 갑자기수사착수를 발표하고 발빠른 수사를 시작했다.
이와함께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선『빠르면 주말께 尙椿植교장등 관련자들을 구속시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에 찬 말들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14일 中央日報에 尙文高 교사들의 양심선언 내용이 처음으로 보도된후『교육청 감사나 끝나고 보자』며 발을 빼던 검찰이 청와대의 불호령 한마디에 허겁지겁 수사를 하는 모습은 측은하기만 하다.
사실 검찰이 이사건을 한달전 제대로 처리했으면 이처럼 폭로양상으로 번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교사들이 울부짖으며 TV카메라 앞에서 양심선언을 하는 가슴아픈 광경을 학생.학부모가 함께 봐야하는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서울지검은 한달전 께 尙文高 비리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했으나 웬일인지「구체성이 부족하고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했던 것.
검찰로서는 겨우 한달전 내사종결한 사건이 다시 문제가 되자 내심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때문인지 검찰은『교육청의 감사결과가 통고되기 전의 교육기관에 대한 섣부른 수사는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들먹이며 수사착수를 미뤘던 것.
물 론검찰로서는 자신들이 내사종결한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되는상황이므로 최소한의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뜻을 이해할수는 있다.
그러던 검찰이 16일밤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에게 尙文高 비리수사 착수를 지시하고 서울지검은 밤늦게까지 수사검사 회의를 여는등 마치 호떡집에 불난것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검찰권의 현주소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준것 같아 입맛이 씁쓰 레하다.
사건의 수사여부를 일일이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모습도 볼품이없거니와 검찰권 확립을 위해서는 법무장관도 특정 사건의 수사지휘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하도록 검찰청 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검찰 스스로가 이를 포기하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 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가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활동을 벌이는것은 대통령중심제 아래에서 당연하다는 검찰간부도 있지만 그것은어디까지나 정책적 지시일 때만 통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닐까.
온 국민이 분노하고 의혹을 제기해도 눈깜짝도 않다가 대통령의지시 한마디에 허둥대는 검찰이 과연 국민을 위하는 최고의 공권력 기관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가.
검찰이 검찰권의 독립을 확립할 뜻이 있다면, 또 국민들로부터공신력을 회복하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수사착수 시기만이라도 스스로 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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