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야합고리 끊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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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사회에 공공연히 활개쳐온 전­현직 공직자 야합 부조리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정부가 각종 특혜를 받고 이권을 독점해온 42개에 이르는 공무원 상조회의 실태를 일제히 조사해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한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공직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전­현직끼리의 봐주기식 이권야합 풍토를 일소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사실 퇴직공무원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해당분야 업무에 협조한다는 본래 목적으로 보면 상조회라는 조직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다. 개중에는 친목과 봉사라는 본래의 긍정적 활동을 하는 단체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조회 등의 단체를 상당수가 오랜 권위주의시대의 사회풍토 속에서 민을 제치고 이권을 독과점해왔고,관주도사회의 까다로운 인·허가를 독점해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돈이 많이 도는 이른바 이권부처의 경우 더욱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상조회의 경우는 아예 현직 공무원 전원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퇴직하면 그들을 맞아들일 4개의 자회사까지 거느리고 있는 형편이다. 어떻게 그래놓고도 전­현직간에 특혜거래가 없고,이권독과점이 없기를 바라겠는가. 또 어떤 부처에서는 공공시설내에 용역회사를 차릴 수 있게 하는가 하면,납품업을 독점시키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야합의 고리가 있는한 합리를 바탕으로 한 경쟁의 논리가 통용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이에 따른 국가자원의 비효율적 운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은 재산관리나 예산집행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안기고,공정한 경쟁을 통해 관변의 일을 맡으려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독소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공제회 성격의 조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정한 경쟁을 통한 수익사업을 할 때에만 그 존립이 정당화될 수 있다. 해당부처의 이권사업에나 독점적으로 몰두하는 상조회는 퇴직자 복지보장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범법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는 경제논리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정부가 이같은 전­현직 공직자간의 이권야합 고리를 확실하게 끊고,관주변의 각종 이권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투명한 정부라는 믿음을 얻기 바란다. 이에 더해 개인간의 야합거래와 전직 봐주기 풍토를 불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비단 그것은 행정부에 국한된 것만도 아닐 것이다. 이른바 「전관예우」가 크게 물의를 빚어온 사법부가 포함된 법조계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공직이 퇴직이후까지도 배타적으로 공권력의 특혜를 누려서는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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