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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든 초·중·고 '배움터 지킴이' 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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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퇴직 경찰관 임영기(62)씨는 2학기 개학과 함께 서울 번동중학교로 출근해 학생들과 매일 어울린다.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이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감시하는 '배움터 지킴이' 역할이 그의 일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 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임씨는 "동료 학생을 괴롭히는 문제 학생의 선도는 말로는 안 된다"며 "그 아이들에게 정을 줘야 마음을 연다"고 말했다.

임씨는 학교 안팎을 돌면서 문제 학생과 마주치면 인사부터 건네고 장난도 친다. 가끔 사비를 들여 방과 후에 밥을 사주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잔정이 문제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것이다. 올 4월엔 34년간 경찰로 뛴 '수사 실력'을 발휘해 문제 학생들이 모여 사는 '아지트'를 찾아내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내년까지 퇴직 경찰관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가 서울 시내 365개 모든 중학교에 한 명씩 배치된다. 2009년까지는 295개 모든 고등학교, 2010년엔 모든 초등학교까지 확대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6일 학교 폭력 예방과 근절을 골자로 한 배움터 지킴이 사업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지역에서는 지난해 10개 중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학교 폭력 관련 학생 중 중학생 비율이 80%(2004년)에 이르는 등 중학교 폭력 예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올 2학기부터는 중학교 124개교 등 초.중.고 245개교에 배움터 지킴이가 배치된다. 서울 시내 다섯 개 학교 중 한 곳꼴이다.

배움터 지킴이의 출신 직업을 보면 퇴직 경찰관이 161명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퇴직 교원과 사회복지사 등이다. 배움터 지킴이로 직접 나선 학부모들도 있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교사의 감시가 뜸한 등.하교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학교 안팎의 외진 곳에서 벌어지는 학생 간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방지하는 것이다. 폭력 학생이나 부적응 학생에 대한 상담도 병행한다. 배움터 지킴이는 한 달 60만원의 수당을 받고 하루 8시간 근무한다. 학교 형편에 따라 오후에 출근해 방과 후 학교 주변 폭력 예방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시범사업 땐 퇴직 경찰관과 퇴직 교원이 2인 1조가 돼 폭력 예방에 앞장섰다. 배움터 지킴이를 확대 실시하는 올 하반기부터는 학교당 한 명의 지킴이가 파견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안교육' 공교육도 나선다=서울시교육청은 배움터 지킴이 사업과 함께 '공립 대안교육 위탁기관'도 확대하기로 했다. 2010년까지 서울 시내 권역별로 6곳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을 설립한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 소속 학교 학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정 기간 외부 기관에서 대안교육을 받을 수 있게 공교육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배움터 지킴이 사업을 통해 발견된 문제 학생을 대안교육으로 연계하는 '패키지 인성 교육'도 이뤄진다. 공교육 과정은 절반 정도로 줄이고 인성.체험학습과 직업 진로교육을 받게 된다. 이들이 학교로 되돌아가지 않고 대안교육 과정을 이수할 경우에는 원래 다녔던 출신 학교의 졸업장을 받게 된다.

배노필 기자

◆배움터 지킴이=학교에 상주하며 학생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문제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돕는 퇴직 경찰관, 퇴직 교원, 사회복지사를 말한다. 2005년 부산에서 처음 도입된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가 확대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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