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자택 앞에서 만난 이명박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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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주말인 25~26일 공식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쉬었다.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이었다.

26일 밤 늦게 서울 가회동 자택 앞에서 만난 이 후보는 "철저히 기능 위주로 당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말했다. "선대위는 어떻게 꾸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내놓은 대답이었다. 선대위 구성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표시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오늘 뭘 했나.

"서울 강북의 한 테니스 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아내랑 함께 다른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오는 길이다. 1년 반 만에 쳤는데 두 경기 반인가 쳤더니 힘이 난다. 이번 주말에는 전화도 안 받고 당에서 준 보고서도 안 읽었다."

-쉬면서 당 인사 관련 구상을 했나.

"비서실장을 원외에서 데려올까 했는데 의원들이 '선거 때는 원내 인사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런 의견까지 포함해 고민 중이다."

-24일 당무보고 때 '선대위 출범 전에 준비단을 꾸리라'고 했다는데.

"당헌.당규를 좀 손봐서라도 (대선)준비위 같은 기구부터 꾸릴 생각이다. 선대위는 시한이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당규에 따르면 선대위는 후보 선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구성하면 된다)

-선대위에 대한 구상은 뭔가.

"철저히 기능과 효과 위주로 짤 것이다. 지난번(※2002년 대선을 지칭)에 왜 우리가 졌느냐. 의원들이 지역에서 뛰었어야 하는데 후보 주변에서 북적거리지 않았나. 실패를 반복할 수는 없다. (예전 방식의) 선대위는 비대하고 뚱뚱한 '비대위(※肥大委)'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주말에 지리산에 갔다왔다는데.(※이 최고위원은 경선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산에 갔는지도 몰랐다. 그 사람은 매주 산에 가는 사람 아니냐. 경선 중에도 산에 가더라."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론'이 계속 나온다.

"(웃으면서) 그 사람이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꾸 '1선이다' '2선이다' 하느냐. 우리가 혁명군도 아닌데 무슨 후퇴를 하느냐.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뿐이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 측 사람들을 얼마나 쓸 생각인가.

"우리 사람들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주 중 만나나.

"늦을수록 좋다고 본다. 감정을 가지고 싸웠는데 더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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