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쓴소리 거침없는 확실한 ‘인생 멘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호 04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는 두 명의 멘토가 있다. 정치권 안에선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밖에선 최시중 전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 그 역할을 한다.
최 전 회장은 이 후보에게 스스럼없이 고언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겸손이다. “큰 강은 하류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라며 “사람도 큰일을 하려면 낮아질 대로 낮아져야 한다”고 이 후보에게 충고했다는 일화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이 후보는 너무 젊어서부터 기업 최고경영자를 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마다 ‘대하(大河)는 하류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을 되새기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MB 대통령' 꿈꾸는 13人의 정치두뇌>‘친구 동생’ 돕는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최 전 회장은 이상득 부의장과 50년 친구다. 1957년 서울대에 입학해 만났다. 최 전 회장은 정치학과, 이 부의장은 경제학과 출신이다. 동향(경북 포항)인 두 사람은 곧바로 친해졌다. 시골의 형편 어려운 집 아들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이 그리 흔치 않았을 때다.

졸업 후 시간이 흘러 최 전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이 부의장은 코오롱의 임원으로 일했다. 마침 두 회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둘은 종종 어울렸다. 그러다가 친구 동생인 이명박과 가까워졌다. 현대건설 임원·사장·회장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후보였지만 형 친구에게는 언제나 깍듯했다. 최 전 회장이 지금까지도 이 후보에게 무슨 일이든 직언할 수 있는 힘은 여기서 시작됐다.

형 친구라는 점 외에도 이 후보와 최 전 회장 사이엔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가난의 기억이다. 중·고교 시절 이 후보는 어머니와 함께 국화빵과 뻥튀기 장사를 했다. 여고 통학로 앞에서 뻥튀기를 팔 때는 너무 부끄러워 밀짚모자를 눌러쓰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고등어잡이 배를 타던 아버지가 망루에서 낙상한 뒤 어머니와 함께 선창가에서 연탄불에 호박떡을 구워 팔았다. 부둣가를 따라 등교하는 여학생들을 볼 때면 매캐한 연기와 서글픈 심정이 뒤섞여 눈물이 돼 흘렀다. 더구나 고향까지 같은 두 사람이다. 최 전 회장은 후배들에게 “서민의 아픔을 얘기할 때면… 이 후보와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좀 감이 다르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말을 할 때면 눈시울을 붉힐 때도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이 후보의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최 전 회장을 “캠프의 병풍 역할을 했던 분”(박형준 의원)이라고 말한다. “아랫사람들이 후보에게 직접 하기 힘든 얘기들을 듣고 후보에게 전달해 드리곤 했다”(정두언 의원)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멘토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신문사 정치부장·논설위원을 지낸 뒤 94년 한국갤럽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올해 5월까지 조직을 이끌었다. 이후 이 후보 경선 캠프의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그에게 캠프 사람들은 경선 과정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여론조사 문제에 대해 자주 조언을 구했다. 경선 당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를 찾지 못해 400여 명의 결원이 생겼을 때도 그에게 공이 넘어왔다. 일부 캠프 관계자들은 “이 후보가 강세인 20∼30대 연령층에서 주로 결원이 생긴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최 전 회장은 “문제가 있든 없든 이제 와서 이의를 달면 안 된다”며 “깨끗이 받아들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 후보와 최 전 회장을 둘 다 잘 아는 인사들이 가끔 입에 올리는 일화가 하나 있다. 2005년 말 골프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최 전 회장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장, 나 오늘 홀인원했어요.”
“아이고, 좋으시겠습니다. 홀인원 하면 3년간 운이 좋다던데….”
“허허, 그 행운 이 시장 다 드릴 테니 몽땅 가져가소.”
최 전 회장은 올해 만 70세다. 호적이 잘못돼 실제론 71세라고 한다. 그는 “내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이 나이에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말을 가끔 한다고 한다. 무서울 것도, 원하는 것도 없으니 할 말을 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멘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