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검역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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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 수출 선적이 27일부터 재개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인 척추뼈가 발견됨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검역과 국내 반입이 중단돼 왔다. 검역이 재개되면 미국산 쇠고기는 앞으로 보름 후에 시중에 다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농림부가 검역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미국 봐주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의식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부는 일단 척추뼈와 갈비뼈가 모두 발견된 미국 내 작업장 한 곳은 수출 승인을 취소했다. 갈비뼈가 나온 4개 작업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한.미 간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수출 선적을 금지하기로 했다.

◆왜 푸나=미국 측의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농림부가 수용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 측은 등뼈 수출에 대해 "수출.내수용을 분류하는 구역에서 포장기계 고장으로 일부 상자들이 파손됐고, 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종업원들이 부주의로 수출용 상자에 내수용 등뼈 쇠고기를 잘못 담았다"고 해명했다. 검역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종업원의 부주의로 일어난 단순한 '실수'라는 것이다. 미국 측은 앞으로 한국 수출용 쇠고기를 별도의 장소에서 관리하고, 육안 검사를 강화해 재발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농림부는 24일 "미국 측의 해명과 재발 방지책을 검토한 결과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규정된 '미국내 광우병 위험을 객관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되지 않아 27일부터 검역을 재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보름 후 유통될 듯=현재 창고에 쌓여 검역 대기 중인 쇠고기는 6800여t이고, 하루에 검역할 수 있는 양은 500~600t가량이다. 이 물량부터 검역이 시작될 경우 검역을 마치기까지 15~20일 정도가 소요돼 다음달부터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검역 중단 조치가 이뤄지기 전 국내 200여 개 할인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인기를 끌어 하루에 5~10t의 쇠고기가 판매됐다. 그러나 척추뼈가 검출된 이후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했다. 농림부는 한.미 수입위생조건이 개정되기 전까지 또다시 SRM 부위가 발견되면 검역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석 전 미국산 갈비 수입은 불가능"=추석 전까지 미국산 갈비 수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관계자는 "LA갈비처럼 뼈 있는 고기를 수입하려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야 하지만 9월 중 개정 협상을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총 8단계 절차 중 4단계까지를 마친 상태이며, 5단계인 가축방역협의회를 진행 중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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