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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영화속 한국사람 주로 우둔.음흉하게 묘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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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물의를 일으킨 영화『폴링 다운』에서도 잘 드러난바와 같이 미국영화속에서의 한국인의 이미지는 그리 곱지못하다.
전통적으로 미국영화에서 동양인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묘사되어왔지만 최근 일본인및 중국인들에 대한 묘사가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비해 한국인들에 대한 묘사는 여전하다.
미국영화에서의 한국인의 이미지는 우둔하면서도 뭔가 음흉한데가있는 인물로 주로 묘사되어 왔다.
존 프랑켄하이머의 정치스릴러『만주인 후보자』(60년 작품.국내미출시)에서 한국인 2중간첩이 잘 보여주다시피 한국인은 믿을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최근 들어 달라진 것이라고는 한국계 이민들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돈 욕심이 지나치게 많다는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정도다. 로버트 올트먼이 70년에 만든『야전병원 매시』(우일영상)는 한국전쟁하의 미군 야전병원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을그리고 있는 블랙코미디다.
당시 날로 격화되고 있던 월남전을 풍자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군의관들이 자신들의 공포감을 잊기위해 바보같은 장난에 몰두하는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가 로버트 올트먼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보는 큰 히트를기록하자 이를 소재로 TV 시리즈『매시』가 만들어졌고 이 시리즈는 근 10년간 가장 인기있는 프로로 자리잡았다.
한국인 군속등이 다수 등장해 우둔하고 위생관념도 없는 인물로그려지고 있는 이 시리즈는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한국인관을 심어주었다.
가이 해밀턴 감독이 만든 액션첩보물『레모』(세신영상)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한국인을 등장시키고 있다.주인공 레모는 맨몸으로 총알을 피할 정도의 괴력을 가진 사나이로 이러한 기술은 그의 한국인스승 치운(Chiun)으로부터 배운 것이 다.
여기에서 치운은 살아있는 인물이라기보다 불사신 내지는 도사에가까운 인물로 그려진다.그러나 그는 냉장고에서 쌀밥을 꺼내먹는다든가 호랑이가죽을 깔고 TV시리즈를 보는등 다분히 그로테스크한 희극성을 보여주는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80년대 이후 미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이주민들의 증가가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세탁소.청과물상등 몇몇 업종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자 다른 소수민족들의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젊은 흑인감독 스파이크 리가 89년에 만든『똑바로 살아라』(CIC)에는 흑인들이 한국인을 보는 질투와 선망이 섞여있는,미묘한 시선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영화속에서 흑인노인들은 한국인들이 돈밖에 모른다고 비난하면서도 이사온지 1년만에 주변 건물들을 몽땅 사들일 정도로 부를 쌓아나가는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을 부러워하고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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