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년 7개월만에 학교로 돌아온 복직교사 李世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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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佛語선생님 李世澤씨(33.서울 淸凉高)는 요즘 하루하루가 새롭다. 그는 전교조 소속교사로 활동하다 89년8월에 해직됐다.
4년7개월의 짧지 않은 공백을 딛고 이번 새 학기에 교단에 다시 섰다.
『동료 선생님들께서「그동안 고생많았다」며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李씨는 해직기간중 惡夢을 자주 꾸었다고 한다. 『꿈에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가는데 자꾸 엉뚱한 반이 나타나는 거예요.3학년 수업에 가야 되는데 1학년교실로 잘못 찾아들어가곤 해서 내가 왜 이러나 하고 마냥 안타까워 하고… 어떤날은 교실을 찾아 헤매다 복도 저편에 내가 가르칠 학생들이 모여 서성거리고 있어「얘들아」하고 소리치며 쫓아가다 깨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는『복직이 결정되자「이제는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놓았다.모시고 있는 노모(77)는 특히 아들의 복직을 반가워했다.
李씨는 84년에 대학(한국외국어대불어교육과)졸업과 동시에 창문여고 교사로 발령받았다.
이 학교에 6년가까이 근무하다 동료교사 5명과 함께 해직됐다.서글픔.분노와 함께 당장의 생계대책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해직후 한동안 전교조조직에서 일하면서 매달 10만~20만원 정도 지급되는 생활비를 유일한 수입원삼아「안쓰고 안입으며」지냈다.그는 당시 해직교사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보내준후원회원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91년에는 한 학교에서 해직된 6명이 2백만원에서 5백만원까지 출자,바로 해직당시의 학교옆에 서점을 차려놓고 1년여씩 교대로 운영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친지의 도움으로 백화점에 스카프등 의류를 배달하는 일을 맡아 생활비를 보태기도 했다.
『그동안 촌지.교재채택료 등 교육계의 비리는 눈에 띄게 줄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제가 느끼기에도 그렇고요.그러나 교육시설.학급당 학생수등 아직 곳곳에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같아요.』미혼의 李씨는 이번 복직에서 제외된 해직교사들도 속히 교단에 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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