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개방 협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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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 협상이 20일 시작됐다. 농림부는 20일 "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의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1994년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서 쌀시장 개방을 미루되 10년째 되는 해에 다시 협상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려는 국가들은 앞으로 90일 안에 WTO에 협상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이미 시장을 개방한 일본과 대만의 경우를 볼 때 미국.중국.호주 등 10개국 정도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나라와 벌이는 양자협상의 최종 결과는 9월 말께 WTO에 제출된다.

농림부 이명수 국제농업국장은 "정부가 WTO에 협상 개시를 통보했다는 것은 쌀시장 개방(관세화)의 유예를 전제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협상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협상 카드를 지금 보여줄 순 없기 때문에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개방을 미루는 데 따른 실익이 없는 경우에 대비해 쌀시장을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세계 무역에서 일종의 특혜인 '개방 유예'를 계속 적용받으려면 수출국들이 원하는 수준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소비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낮은 관세에 수입해줘야 하는 것이다. 개방을 또 미루는 데 따른 수출국들의 요구는 10년 전보다 더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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