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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아바타에게 물었다 그 옷 내게 맞겠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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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3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엘로드 매장에서 모델 한미선(25)씨가 3차원 가상 피팅 시스템으로 만든 자신의 아바타에 옷을 입힌 뒤 같은 옷을 입고 비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골프의류 브랜드 엘로드 매장. 모델 한미선(25)씨가 가벼운 복장으로 기계 앞에 서서 버튼을 눌렀다. 기계는 전후 좌우로 움직이며 빨간색 레이저를 쏘아 한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훑고 지나갔다. 20초 뒤 기계는 동작을 멈추고 한씨의 체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키·어깨넓이·가슴둘레·허리둘레 등 주요 신체 치수가 모니터에 차례로 떠올랐다. 10분 후 기계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씨와 똑같은 모습을 한 아바타(자신의 사이버 캐릭터)가 떠올랐다. 얼굴까지 똑같이 닮은 모습에 펜싱 선수처럼 하얀색의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있었다. 한씨가 매장 옷걸이에 걸린 신제품을 꺼내 RFID(전자라벨) 칩을 모니터 옆 인식기에 넣자 10초 만에 아바타가 그 옷을 착용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문자로 “엉덩이 부분은 적당히 맞는데 허벅지는 좀 끼는 편입니다”라는 분석 내용도 떴다. 옷이 끼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되기도 했다.

 23일 신세계백화점이 ‘3차원 가상 피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직접 매장에 가서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자신의 아바타가 대신 옷을 입어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게 이 옷이 어울리는지 뿐만 아니라 옷의 사이즈가 잘 맞는지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가 개발한 이 서비스가 실제 매장에서 상용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탈리아 명품 업체 프라다가 2005년 뉴욕 매장에서 ‘매직 미러 서비스’를 선보인 적은 있다. 이는 고객이 거울 앞에 서면 제품 이미지가 거울에 떠올라 고객이 제품을 착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서비스. 전체적인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번 서비스처럼 착용감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3차원 가상 피팅 시스템에 한번 체형을 스캔해 놓으면 체형 정보가 암호화돼 저장된다. 전용 전자라벨 칩에 공인 인증키를 담고 다니다 ‘3차원 가상 피팅 시스템’이 설치된 곳 어디서나 칩을 넣어 자신의 아바타를 불러낼 수 있다. 개인의 체형 정보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한다.

 이 피팅 시스템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동안 직접 입어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옷을 사는 것을 주저하는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가 보편화돼 참여하는 제조업체·유통업체가 늘어나면 옷과 신발·가방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을 온라인상에서 불러내 놓고 서로 어울리는지도 아바타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건국대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 박용수 박사는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는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업체가 많아 2~3년 내에 이 서비스가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30일까지 이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내년 하반기께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하는 사람은 30일까지 신세계 본점 엘로드 매장에서 자신의 체형 정보를 공짜로 스캐닝해 보관할 수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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