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교육감 우명수씨 해직교사 연수회장에서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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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저는 딸만 셋입니다.그리고 시집간 딸들도 줄줄이 딸만 낳고있습니다.모두「생산기계」가 나쁜 탓인가 봅니다.』 3일오전11시 부산시동래구연산동 부산시교원연수원내 해직교사 연수회장.
3월1일자로 특별채용돼 교단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부산지역 해직교사(55명)를 위한 禹明洙 부산시교육감의 강연이 시작되자긴장이 감돌던 연수회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혹시「과격한」교사들로부터「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며 극구 반대하는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강단에 선 백발의 禹교육감.
비록 자신의 재임중에 전교조 해직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똑같은 교사로서,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지난날의 아픈 과거를 씻고「참교사」로 새롭게 출발하자는 격려를 꼭 전달하고 싶어서였다. 『저는 얼마전까지 매일 새벽 등산을 했습니다.그러나 이때는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간이어서 10여년간 독약을마신 것이지요.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입니다.』 50분간 계획된 강연시간의 대부분이 부드러운 내용으로 이어졌다.논쟁적인 화제는 의도적으로 피해갔다.
당혹스런 질문들이 쏟아져 서로 얼굴만 붉히고 갈라서지나 않을까 교육감 자신도 내심 걱정스런 마음으로 강단에 섰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연시간이 끝날 즈음 곳곳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3월1일자로 발령을 내준다고 했는데 왜 7일 발령을 냅니까.』 『4일간의 연수기간 동안 수당은 나옵니까.』 해직교사들의 질문치고는 너무나 순진한 것들이었다.
『재단에서 끝내 복직을 거부한 사립학교 해직교사까지 함께 복직시키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늦어지게 됐습니다.』 『해직교사 복직은 신규발령이어서 반드시 연수를 받아야 하고 수당은 지급할수 없지만 제 지갑에서 드리겠습니다.』 작은 오해가 있었던부분에 대한 교육감의 시원한 설명이 있자 지금까지 체제수호의 상징으로 지목,때론 삿대질과 욕설까지 퍼부었던 교육감을 상대로해직교사들은 처음으로 후한 박수를 보냈다.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우려됐던 강연은 시종 웃음과 박수로 끝을 맺었다.그렇게 고대해왔던 교단으로 돌아오는 첫 출발은 산뜻하기만 했다.
해직교사들이 복직되면 교단에 또다시 큰 혼란이 있을 것이란 일부 우려를 씻어주기에 충분한 성숙된 연수회장이었다.
[釜山=鄭容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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