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9월호 한국인 대상 미국 '학위 공장'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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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상대로 '가짜 학위'를 남발하는 해외 '학위공장(diploma mill, degree mill)' 중 일부는 한국인이 설립했거나 한국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JMnet 소속 월간중앙은 22일 발매한 9월호에서 "전 세계에 학위공장은 750여 개에 달하며 그중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주 고객인 곳은 '아메리칸스테이츠대학교(American States University.ASU)' 등 총 9개"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사무실을 내고 속성으로 학위를 딸 수 있다며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ASU에서 한국 학생 모집책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씨는 입학 희망자를 가장한 취재진에게 "경영학 석사(MBA)는 빨리 하면 6개월에도 가능하다"며 "학비는 학기당 300만원이고, 조기 졸업한다 해도 1200만원은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논문도 한국어로 써서 번역을 맡기면 다 알아서 해준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인터내셔널대학교(American International University.AIS)'는 학기당 학사 과정 150만원, 석사 200만원, 박사 250만원의 수업료를 받고 있다. 등록만 하고 2~4학기를 다니면 별다른 과제물을 내지 않아도 학위를 준다. 또 다른 비인가 대학인 '노벨대학교(Nobel University)'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학위로 한국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고 현혹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학교 등록'이란 영리 목적의 학교 설립 허가로, 주정부 차원의 사업자 등록에 불과하며 공신력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허술한 국내 대학의 학위 검증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졸업생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인이 설립한 비인가 대학인 아메리칸스테이츠대 소개 팸플릿의 표지. [월간중앙 제공]

학위공장들은 또 전.현직 장관, 국회의원, 교수 등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 학위 장사를 하기도 했다. ASU의 설립자인 재미교포 김모씨는 방송계 원로인 P씨 등에게 학위를 주고 총장 및 교수로 영입해 활용해 왔다. 교육 내용은 엉망이다. 수업을 받지 않고 보고서와 논문만 제출하면 그만인 곳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것으로 강의를 대신하는 곳도 있었다.

이 같은 비인가 대학은 ASU.AIS.노벨대 외에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가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주장한 '퍼시픽웨스턴대학교' '퍼시픽예일대학교(Pacific Yale University:현재 '파일런대학교'로 운영)' '캘리포니아센트럴대학교(California Central University)' '코베넌트대학교(Covenant University)' '동서대체의학대학교(The University of East-west Alternative Medicine)'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유명인이 가장 많이 학위를 받은 곳은 퍼시픽웨스턴대였다.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정보를 검색한 결과 이 대학의 학위를 받은 사람은 34명(사망자 제외)이다. 현직 국회의원 Y씨, 동국대 법인이사 K씨, 전 단국대 명예교수이자 원로 사학자인 Y씨, K건설업체 회장 S씨 등이 포함돼 있다. 전.현직 교수도 14명이나 있었다. 한 졸업생은 "부끄러워 할 말이 없다"며 "학위 취득 당시에는 그런 대학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노벨대 C총장은 "우리는 미국에 본교를 두고 있으며 미국에 학교 등록이 돼 있기 때문에 한국 교육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상진 월간중앙 기자, 이원형 월간중앙 인턴기자

◆학위공장(diploma mill)=정식학위가 아닌 가짜 또는 비인가 학위를 남발하는 학교. 정상 교과 과정에 비해 학위 이수 기간이 짧고, 학위를 주는 데 거액의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온라인 강좌 만으로 학위를 주거나 전문 교육 없이 어학원 수준으로 강의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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