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율 가로막는 교육부/김석현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세대가 3일 국내 대학으로선 처음으로 특별전형을 통한 무시험 입학을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고사·내신·수능시험 등 소위 학업성적만을 학생선발의 유일한 잣대로 규정한 기존의 입시틀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시도다.
바로 내년도부터 농·어촌지역 우수고교생 등 도시학생에 밀려 입학기회가 적거나,공부이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재원들에게 대학문을 열어주겠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방법으로 내신성적이나 지역의 추천,각 특기부문의 상위입상 경력만으로 정원의 5%를 뽑겠다고 밝혔다.
1년간 동네 공중변소를 청소해온 봉사정신 강한 학생이나,세계의 험한 고봉들을 차례로 정복한 의지의 고교생이 명문대에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외국의 흔한 사례를 우리 대학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은 곧 벽에 부딪쳤다.
연세대가 계획을 발표하던 그 시간 교육부측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관계간부는 『현행 교육법 시행령을 뜯어고쳐야 가능한 일』임을 설명하면서,『확인해봤더니 대학내에서 조차 반대의견이 많은 방안이더라』는 부연설명까지 곁들였다.
교육부는 연대측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데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관계법 개정요청 단계에서 거부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과거의 관행으로 미뤄볼 때 연대측의 계획이 수포로 끝날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주요권한은 늘 쥐고 있으려 하면서도 버릇처럼 「대학에 자율권 부여」를 호언하는,그래서 대학당국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교육부의 타성이 또 나타난 것이다.
대입제도 역시 「머지않아 대학의 완전자율」을 틈날 때마다 공언한 터다.
그러나 막상 기회가 오니 외면하는 구태를 재현했다. 분명한건 이번 사안 만큼은 「대학의 자율」과 「정부의 통제」라는 양면의 힘겨루기가 돼서는 안된다.
「대입이 만병의 근원」으로 진단이 난 우리의 교육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국교에서부터 오로지 공부경쟁만을 부추기는 잘못된 제도는 가장 먼저 고쳐져야 할 일이다.
그것은 교육개혁의 기본바탕이기도 하다. 하물며 대학이 나서겠다는데 막을 이유는 없다.
혹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로 받아들여 인내심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