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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열론」은 성급하다”/KIET,85·89년과 비교분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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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리한 통화긴축 피해야/KDI와 시각차… 「양자택일」식 대책 우려
경기동향을 놓고 여러가지 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한국개발연구원(KDI)과는 상당한 시각차가 있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아 새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KIET의 시각은 한마디로 최근의 경기 동향을 본격적인 회복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돈줄도 너무 조이지 말고 환율 정상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KDI는 지금이 본격 상승국면의 초기 단계이므로 적절한 환율 절상과 통화 긴축이 긴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두 연구기관의 시각차는 최근의 경기국면에 대한 학계·관계·업계의 일반적인 견해차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국면 해석에 대한 이같은 논쟁이 자칫 과거와 같은 「과열이냐 아니냐」식의 2분법적으로 흘러 그에 대한 대책도 양자택일식의 답안을 찾게 된다면 더 큰 일이라는 지적도 곁들여 나오고 있다.
벌써 최근의 물가 불안에 통화 긴축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 안에서는 「소리가 나도록 조여야 한다」는 시각과 「급하게 조였다가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시각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 경제상황에 대한 새 정책 조합」식의 접근이 아닌 「과열이나 아니냐」식의 논쟁은 백해무익이라는 것이다.
KIET는 최근의 경기회복기와 지난 85년·89년의 경기회복기 초기 6개월간의 각종 지표를 비교,진단을 내리고 있다.
우선 85년과 89년의 회복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통과한 2∼3분기 이후에는 분기별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이었으나 이번 회복기에는 경기 저점 이후의 성장률이 10%를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회복기로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회복의 속도역시 과거보다 더디다는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제조업 생산증가율을 보면 85년 회복초기(85년 10월∼86년 3월) 반년간에는 11.5% 증가했으나 지난해 7월이후 6개월간의 경기회복 초기에는 7%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다만 89년 경기회복기와 달리 내수위주가 아닌 수출에 의해 회복이 주도되고 있어 구조는 견실한 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은 경기가 본격확장 국면이 아닌 만큼 경기진정책을 성급하게 쓸게 아니라 경기회복세가 전부문으로 파급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통화를 너무 조이지 말고 환율절상도 가급적 피해야 하며 경기회복에 중요한 변수인 물가는 공급측면에서의 애로를 해소하는 등 구조적 안정책 추구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이와 달리 「경기가 단기간에 과열돼 물가상승같은 부작용이 오지 않도록 환율절상·통화안정 시책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KIET의 이번 분석은 과거 85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경제의 개방도가 매우 높아져 있어 예컨대 자본의 유출입이 경제 운영의 큰 제약이 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평면적인 분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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