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를 전격 선언하던 순간, 부인 김금지(62)씨는 행사장 한 구석에서 남편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다. 趙대표는 물론 당직자 어느 누구도 金씨가 행사장을 찾은 줄 몰랐다. 金씨는 "민주당사를 찾은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金씨는 "지난 주말 아들과 딸이 모두 모인 가족회의에서 남편이 대구 얘길 꺼내기에 우리 가족은 모두 대찬성했다"고 전했다. 趙대표가 "호남 물갈이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이쪽이 선수를 치지 않으면 도저히 (용퇴를)안할 것 같다"며 "내가 먼저 결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찬성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며, 설이 지나고 적당한 때가 오지 않겠느냐"며 시기조절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趙대표는 "설이 지나면 실기(失機)한다. 설 연휴 때 민주당이 바람을 타야 한다"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이를 알리지 마라. 알려지는 순간 이 계획은 없던 걸로 할 것"이라며 보안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金씨는 "남편이 최근 '당 사람들이 민심의 요구가 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이래선 당에 미래가 없다'며 종종 괴로워했다"며 "대표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金씨는 "남편이 대구로 내려가면 나도 같이 내려가 남편의 건강을 챙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신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