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설 연휴 때 바람타야 한다며 결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남편이 울먹이니까 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19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를 전격 선언하던 순간, 부인 김금지(62)씨는 행사장 한 구석에서 남편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다. 趙대표는 물론 당직자 어느 누구도 金씨가 행사장을 찾은 줄 몰랐다. 金씨는 "민주당사를 찾은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金씨는 "지난 주말 아들과 딸이 모두 모인 가족회의에서 남편이 대구 얘길 꺼내기에 우리 가족은 모두 대찬성했다"고 전했다. 趙대표가 "호남 물갈이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이쪽이 선수를 치지 않으면 도저히 (용퇴를)안할 것 같다"며 "내가 먼저 결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찬성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며, 설이 지나고 적당한 때가 오지 않겠느냐"며 시기조절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趙대표는 "설이 지나면 실기(失機)한다. 설 연휴 때 민주당이 바람을 타야 한다"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이를 알리지 마라. 알려지는 순간 이 계획은 없던 걸로 할 것"이라며 보안을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金씨는 "남편이 최근 '당 사람들이 민심의 요구가 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이래선 당에 미래가 없다'며 종종 괴로워했다"며 "대표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金씨는 "남편이 대구로 내려가면 나도 같이 내려가 남편의 건강을 챙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