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큰 물'에도 아리랑 공연은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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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북한의 내각 등 중앙기관 당국자들과 시민들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당한 평양 능라도 유원지를 복구하고 있다(左). 조선중앙TV는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에서 '아리랑' 공연이 진행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세계 기네스협회 관계자들은 이날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뒤 '세계 최대 규모의 체조공연(10만 명)'이라는 기네스 기록 증서를 송석환 문화성 부상에게 전달했다. [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촬영=연합뉴스]

북한이 사상 최악의 수해 피해 속에서도 대규모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리랑 공연에는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관객이 동원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아리랑은 체제 결속 과시를 위한 행사"라며 "사실상의 국가 비상사태 속에서 군.관.민을 수해 복구에 총동원하고 있는 것과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금룡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 연출실장은 21일 방영된 조선중앙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마다 전통적으로 열리는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하기 위해 매일 수만 명의 각 계층 근로자와 청소년, 학생, 해외동포, 외국인이 5월 1일 경기장으로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에선 5.1 경기장이 있는 평양 대동강의 능라도 남쪽 저지대는 침수됐으나 경기장 쪽은 무사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남북 정상회담까지 연기한 마당에 북한이 아리랑 공연에 집착하고 있는 데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체제 결속을 다지는 것과 함께 외화벌이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미 개최 중인 공연을 중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인 체제 과시의 목적도 깔려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15일 방북 중이던 기네스 세계기록회사 대표가 5.1 경기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 집단체조로서의 인증서를 문화성 부상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4월 14일부터 20일간 고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 등을 기념하는 아리랑 공연을 했다. 이어 8월 1일부터 하반기 공연을 시작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규모 수해 때문에 공연 시작 직전인 7월 31일 공연을 취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호전 기미를 보였던 북한의 전력난이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곳곳에서 발전소.변전소 등이 수해 피해를 본 데다 화력발전소를 가동할 석탄 채굴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허천강 발전소와 부전강 6호 발전소 등의 전력생산 시설이 피해를 보았다. 500여 개의 송전선 전봇대, 변압기, 변전소가 수마를 피하지 못했다. 400여 개의 탄광도 침수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화력발전소는 석탄 의존 비율이 높아 탄광 침수는 곧바로 전력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부의 중유 지원이 없으면 전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평양~개성 고속도로도 곳곳의 도로 노반이 파괴돼 복구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이 당국자가 밝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초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방북 때 이용할 고속도로다.

예영준.정용수 기자

◆아리랑 축전=2002년 김일성 주석 생일 90주년을 맞아 체제 결속.선전을 위해 기획한 종합 예술공연이다. 10만 명의 평양시 청소년이 동원돼 카드 섹션, 태권도, 무용, 매스게임 등을 한다.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 '아리랑'은 지난주 세계 최대의 체조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5년에도 실시했으며 지난해엔 행사 직전 수해 때문에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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