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땅 고구려 유적들 세계문화유산 지정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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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지난 16일 북한과 중국이 각각 신청한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도록 권고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말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북한.중국 내 고구려 유적이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ICOMOS 회의가 등재 권고한 유적이 WHC 본회의에서 번복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COMOS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비공개로 열린 심사회의에서 북한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고대도시.고분군 등에 대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토록 WHC에 권고키로 결정했다고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2002년 1월 평안도와 황해도의 고구려 고분 63기를 묶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했으나 WHC는 지난해 6월 정기총회에서 보존상태 미흡 등을 이유로 '등재 보류'판정을 내렸다. 이후 중국은 지난해 1월 고구려 수도였던 지안(集安)과 환런(桓仁)의 유적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번 심사는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사업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는 시점에 열려 관심을 끌었다. ICOMOS 심사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문화유산 등재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할 경우 WHC에 부담을 안겨 오히려 고구려 유적이 문화유산에 오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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