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세계 증시 … ‘서브프라임’ 여진은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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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주 미국 금융 당국의 재할인율 인하 이후 세계 증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21일 코스피지수는 물론 미국 다우존스 등 세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올랐다.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도 소폭 상승, 안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미국에서 펀드 환매가 늘어나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파동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미국 정치권도 팔 걷었다=미국 모기지 업체들은 여전히 부실 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최대의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에 나섰다. 미국 4위의 신용카드 회사인 캐피털원파이낸셜도 모기지사업부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캐피털원파이낸셜 관계자는 “더 이상 모기지 채권을 사겠다는 금융기관이 나서지 않아 모기지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신용경색 위기로 은행·증권사로부터 증거금을 늘리라는 요청을 받고, 투자자들에게선 환매 요구를 받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결국 미국 정치권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실물경제로의 파장을 미리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다. 크리스토퍼 도드 미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긴급 회동을 하고, 추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소비자 영향을 따지기 위해 다음달 5일 청문회를 개최한다.

 ◆미 채권시장으로 ‘불똥’=서브프라임 여진의 불똥은 미국 채권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20일 미 채권시장에서 3개월 만기 재무부 채권금리는 전날보다 0.66%포인트 하락한 3.09%에 거래됐다. 1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1개월물의 수익률도 0.62%포인트나 하락한 2.33%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들이 위험이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팔고, 안전한 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미 FRB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채권값 상승을 부추겼다. RBS그린위치캐피털의 펀드매니저 짐 갈루조는 “2000년 거품 당시의 닷컴주처럼 채권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는 독야청청=그동안 세계 증시가 소용돌이에 휩싸였지만 유독 중국 증시만은 ‘무풍지대’다. 지난주 세계 증시가 5~7% 폭락세를 거듭하는 와중에도 중국 증시는 혼자 오름세를 지속했다. 상하이지수는 21일에도 50.36포인트(1.03%) 오른 4955.21로 마감해 꿈의 5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나홀로 강세’는 외국인의 투자가 자유롭지 않고, 외화 입출입이 제한적인 증시 구조 때문이다. 외국인의 투자 한도액은 총 100억 달러 미만이고, 3년 이내에 되팔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펼쳐지기 힘들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도 방패막이가 됐다.

하지만 조정이 임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시에는 “미국 신용 문제가 중국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중국 증시는 거품”이라고 말했다.

손해용·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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