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가 나가야할 방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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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몇가지 문제점을 보완한 내년도 대학입시 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새 제도 도입 1년만에 그동안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수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보완작업이라고 본다.
원래 새 대입제도 도입에는 두가지 큰흐름이 작용했다. 첫째는 고교교육의 정상화고,두번째는 대학자율에 의한 학생선발이다. 내신 40% 반영이 첫번째 흐름의 반영이고,대학 본고사가 두번째 흐름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한해 실시해본 경험으로는 수능시험 2회 실시는 오히려 고교교육 정상화를 무너뜨리는 쪽이었다. 또 계열별·전공별 차이가 없는 수능시험은 자연계열 신입생이 수학Ⅱ를 전혀 모른다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이번 보완작업에서 수능시험 1회 실시와 게열별 응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대학 자율에 의한 학생선발이라는 큰 흐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정착시켜 나가느냐다. 누구나 대학자율을 높이 외치고 있지만 그렇게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학 본고사 실시가 대학자율에 맡겨졌지만 대학이 보인 반응은 입시날짜의 담합이라는 기현상이었다. 이른바 사립명문들은 서울대 본고사와 입시일자를 같게 함으로써 입시생들의 복수지원 선택폭을 크게 줄여 놓았다.
새 대입제도가 대학의 자율적 선발권을 신장하는 취지에서 정해졌다면 대학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선 안된다. 복수지원제가 정착되려면 대학이 치졸한 대학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교육부가 대학 본고사의 권장일을 가 나 다로 설정해 3회의 실질적 복수지원이 가능토록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이 서로 눈치보며 얽히고 설켜 미달사태를 유발하는 엉뚱한 결과를 미리 막자는 의도일 것이다.
문제는 사립명문들의 본고사 일자 담합에 있다. 복수지원의 참뜻은 우수학생들의 소신지원과 합격보장에 있다. 눈치작전을 유발하고 입시행정의 혼란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단 1회지원으로 결정되는 불공평을 막자는 뜻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대학이 자율이라는 미명으로 막아서는 안된다. 사립명문들은 서울대 입시일자에 앞서 소신껏 먼저 본고사 일자를 잡는 자율성을 보여야 한다.
결국 대학입시의 제도적 방향은 대학이 얼마나 자율적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학생선발권을 엄정하게 실시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입시요강도 정부가 공시하는 형식이 아니라 대학교육협의회와 같은 대학 자율협의체가 발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제도의 보완이나 개선도 대학교육협의회와 같은 자율협의체가 연구·검토해 확정할 일이다. 그렇게 되려면 대학 스스로 대학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자율적 엄정성을 확립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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