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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매거진>하마르 올림픽홀 선수들 악몽장소로 기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바이킹 선체를 뒤집어 놓은듯 기묘한 형상으로 제17회 겨울올림픽 개막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일명 바이킹십(Viking Ship)의 하마르홀.
주최국 노르웨이가 이번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신기록을 양산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최첨단 실내링크가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불행한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것같다.
하마르올림픽홀은 1백9종의 철새도래지 옆에 자리잡고 있어 난방.환기시설등 노르웨이의 최첨단건축기술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걸작품으로 꼽힌다.
미끄러지다 일부러 넘어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만큼 맑고 깨끗한 2.5㎝ 두께의 빙질은 전자감응장치에 의해 항상 섭씨 영하5~6도를 유지하고 에어커튼으로 분리된 관중석은 섭씨10도 이상을 유지해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축구장 두배반의 길이에 최대 8천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하마르올림픽홀을 만든 노르웨이는 이곳이 세계신기록의 산실이 될것을 의심치 않았다.
이같은 기대는 크게 어긋나지 않아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달동안 댄 잰슨(미국.5백m)을 비롯,자국 선수인 세계적인 중장거리스타 요한 울라프 코스(5천m).군다 니에만(독일.5천m)등에 의해 6개의 세계신기록이 작성됐다.
한국빙상의 간판인 金潤萬.劉仙姬가 5백m,1천m,1천5백m에서 모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그러나 대회초반 10차례 레이스중 남자부에서만 4개의 신기록이 작성돼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는듯 했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넘어지는 선수가 속출,결국 88년 캘거리대회의 7개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 트랙이 간직한 비밀의 요체를 코너에서 찾는다. 즉 코너를 그리는 원의 반경을 키운 대신 아웃코스의 레인폭을 상대적으로 좁게 설계해 선수들의 코너웍에 절대 유리하게 만든 것이다.
같은 실내링크인 88년 캘거리대회와 비교할때 캘거리의 인코스.아웃코스 반경이 각각 83,95피트인데 반해 바이킹십 링크는84,97피트로 각각 1피트와 2피트가 길다.
또 레인폭을 따져보면 인 코스는 13피트로 같지만 아웃 코스는 이번 링크가 13피트로 16.5피트의 캘거리에 비해 무려 3.5피트나 짧다.
직선코스에서의 스피드를 최대한 살리면서 코너를 빠져나갈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선수들이 가장 많이 넘어지는 곳은 4코너.
출발선에 이은 1,2코너를 통과한 선수들은 직선코스에서 최대속력으로 위치를 잡은다음 속도를 줄이면서 3코너에 들어서는 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회전을 끝마치는 4코너에서의 속도가 평소 연습때의 그것보다 빠르기 때문에 중심을 잃 곤 하는 것이다. 결국 기록단축의 최적지인 이곳「꿈의 링크」에서 최고기록을달성하려는 선수들의 야심이 오히려 반대로 넘어지거나 충돌하는 불행을 자초하도록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마르(노르웨이)=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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